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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Life]포천 소흘읍 예술인들 ‘수목원 가는길’ 문화축제

입력 | 2011-09-24 03:00:00

고모루성 학술 세미나도 개최




깊어가는 가을밤, 예술가들의 ‘은밀한 공간’과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회화, 조각, 도예, 공예,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작가 22명이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자신들의 작업실을 공개한다. ‘수목원 가는길 2011’이라고 이름 붙인 문화축제의 일환이다. 작가들은 모두 국립수목원을 ‘뒷산’으로 둔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 살고 있다. 소흘읍 일대에는 1990년대부터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모리, 직동리 등 13개 리 지역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이 축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축제에서는 작업실 개방 이외에도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물꼬방 미술관 야외무대, 농산촌체험장,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등에서 무용, 클래식 음악 연주, 시 낭송, 국악 등의 공연이 열릴 계획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다 잠시 내한한 안무가 겸 무용가 김윤정 씨는 “공연을 접할 기회가 극히 적은 지방에서 이런 무대가 마련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25일 물꼬방 미술관 야외무대에 오르는 그는 “지역 주민들이 무용뿐만 아니라 평소 어렵다고만 여기던 다른 예술 분야에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조직위원회는 16일 ‘고모루성의 역사를 밝히는 학술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병국 대진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문헌조사, 현지답사, 고고학적 언어학적 접근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포천시 소흘읍의 고모리 산성은 광개토대왕비와 중원고구려비에 나오는 ‘고모루성’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고모루성은 서기 396년 광개토대왕이 정복한 백제 58성 중 하나다. 고모루성은 고구려군이 한강, 즉 오늘날의 서울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했던 관문으로 군사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고모루성의 위치에 대해 충북 음성설과 충남 덕산설이 유력하게 인정돼 왔다.

고모리 산성은 소흘읍 고모산 꼭대기를 둘러싸고 있으며, 내성과 외성으로 이뤄져 있다. 성 안에서 출토된 유물은 경질무문토기와 3∼5세기 백제 토기가 주류를 이룬다.

소흘읍 주민자치위원회의 김산동 씨(물꼬방 미술관 대표)는 “고모리 산성 등 역사 콘텐츠를 ‘수목원 가는길’ 축제와 연계해 포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자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흘읍 주민자치위원회 031-538-3892

포천=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