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 닫고 바꾸고 줄이고… ‘전기먹는 하마’ 4마리 잡아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만든 ‘절전 액션(행동) 가이드’는 절전 실천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가이드를 따라 자신의 생활과 집 안 곳곳을 꼼꼼히 체크하다 보면 전력소비를 줄일 방법을 한두 개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내 전력소비 21% 감소’라는 놀라운 성과를 낸 이 가이드라인을 함께 확인해보자.
○ 우리 집 ‘전기 먹는 하마’ 네 마리
광고 로드중
먼저 에어컨은 설정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에어컨 온도를 1도 낮추면 7∼13%의 전력이 더 들어간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기료를 기준으로 에어컨 1대를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 평균 5만5904원으로 선풍기 30대를 돌리는 비용(5만4240원)보다 비쌀 정도다.
이 때문에 올여름 일본 정부는 에어컨 온도를 ‘28도 이상’(한국은 26도 이상을 권장)으로 해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했다. 그 대신 일본 전력당국은 “에어컨 바람을 ‘약’으로 설정한 뒤 선풍기를 함께 틀면 에어컨을 ‘강’으로 운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노하우를 홍보했다. 필터를 청소해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에어컨 실외기 주변의 물건을 치워 열이 잘 빠져나가게 하는 것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
냉장고의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일본 전력당국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냉장고와 냉동실의 문을 각각 50차례, 16차례 여닫을 경우 그보다 절반인 25차례, 8차례 여닫을 때보다 전력소비량이 6%가량 증가한다.
광고 로드중
이 밖에도 △꽉 찬 냉장고를 정리해 냉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뜨거운 음식은 식혀 넣고 △냉장고 몸체를 벽에서 적당히 띄워 열 배출을 쉽게 해주면 냉장고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다.
조명 절전을 위해서는 안 쓰는 불은 끄고 여러 개의 전구가 들어가는 조명일 때는 한두 개를 빼내 조명을 낮춰야 한다. 조명을 바꿀 기회가 있다면 절전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사는 것도 좋다. LED 전구는 일반 전구에 비해 80%가량 절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TV는 볼륨과 화면밝기를 낮춰 보면 절전에 도움이 된다. 집 안에 자주 쓰지 않는 가전제품이 있다면 플러그를 다 뽑아놓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가정에서 플러그를 통해 소비되는 대기전력은 전체의 6% 수준으로 이는 TV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다.
○ 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의 절전 캠페인
일본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전기 절약’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곧바로 일본 정부가 만든 ‘절전 포털 사이트’로 연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뿐 아니라 총리실 환경성 도쿄전력 등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한 이 사이트에서는 절전과 관련된 통계 현황 노하우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절전 가이드 역시 에어컨 전기카펫 조명 TV PC 식기세척기 등 제품별로 세분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 문의 고무패킹 갈기와 관련해서는 ‘문틀 사이에 명함을 끼운 뒤 닫고 (명함을) 손으로 잡아 빠질 정도면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광고 로드중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여름 일본에서는 폭염에도 에어컨을 한 번도 안 켰다는 가정이 많았다”며 “‘적은 전력이라도 낭비하면 국가에 폐가 된다’는 국민 의식이 위기 극복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