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지식경제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초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전기요금이 싼 한국에 해외 기업들이 에너지 과소비 시설을 짓지만,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불만을 대놓고 표현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IDC는 대형 컴퓨터를 수백∼수천 대 모아 놓은 공간으로,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저장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KT와 소프트뱅크는 5월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자료보관을 위한 IDC를 부산에 마련하고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내에 아시아 IDC본부 건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권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는 “IDC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과도하게 전력을 사용하는 데다 사용되는 장치의 대부분이 수입산으로 국내 IT기업에 수요창출이나 기술 이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 데이터센터 5곳이 1년에 소비하는 전력은 약 30만 MWh로 9만 가구 규모의 경기 광주시의 가정용 전력 사용량과 비슷하다. 주요 장치인 서버 역시 외국 업체의 장비가 세계 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 없어 고용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물론 글로벌 기업의 IDC가 건립되면 세수(稅收) 증가와 함께 중요 정보를 한국에 보관한다는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는 14일 “IDC의 핵심 장치인 대형 서버에 세계 최초로 에너지등급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겠다”는 ‘에너지 효율화’안을 내놨다. 국내외 기업들이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장치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IDC 건립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글로벌 IT 허브에 현혹돼 무턱대고 IDC 유치에 나서기보다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세진 산업부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