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부담될까 보도 자제 요청12월 4일 드디어 백년가약 날 잡아“태원이는 보물 1호” 아들바보 인증옆구리 통증 심해져 스스로 2군행“1군 꼭 올라간다” 아들 위해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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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기하고 얼떨떨…” 본지 인터뷰서 아들 존재 당당히 밝혀
2010년 12월 13일. 한 아기가 우렁찬 울음소리를 터트리며 세상의 빛을 봤다. 고사리 같이 작은 손가락을 가진 아들을 품에 안은 소감은,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신기하고 얼떨떨했다”. 그렇게 두산 고영민(27)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가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다. 뜻밖의 임신으로 지난해 올리려던 결혼식이 미뤄졌고, 혹 예비신부가 부담스러워할까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올해 12월 4일 드디어 아내 서혜연 씨와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그리고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 태원(1)의 존재도 당당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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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은 요즘 집에 일찍 들어가는 버릇이 생겼다. 태원이가 태어나고 난 뒤부터다. 선수들이 많이 한다는 컴퓨터도 잘 안 하고, 딱히 취미라고 할 게 없는 그에게 아이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게다가 태어난 지 이제 10개월, 탁자를 잡고 일어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시기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고된 훈련 뒤 집으로 돌아가 작은 발로 걷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게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아들을 “보물 1호”라고 했다. 엄마를 많이 닮았지만 “그래도 3분의 1은 날 닮았다”고 강조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모다. 태원이도 아빠만 보면 그렇게 방긋방긋 잘 웃는다고 한다.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미소짓는 게 부자(父子)의 일상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 내가 낳은 자식인가’ 싶어 얼떨떨할 때가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도 “신기해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내가 준비가 덜 된 건가 싶어 미안할 때도 있다”며 멋쩍어했다. 그래도 책임감은 남다르다. ‘아들이 만약 야구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만약 본인이 하고 싶다면 시키겠다. 태원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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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전 두산 감독은 2011시즌 시작 전 “(고)영민이가 캠프 때 정말 열심히 했다. 게다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됐으니 잘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2년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잔부상이 계속 발목을 잡았고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면서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떨어졌다.
문제는 멘탈. 그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게 탈이다. 이전 타석에서 못 쳤으면 다음 타석에서 만회하면 된다며 훌훌 털어버리면 되는데 왜 못 쳤는지에 대해 자책을 한다. 머릿속을 비우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말처럼 그에게는 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다. 이제 ‘국가대표 2루수’가 아닌 아버지의 이름으로 1군 그라운드에서 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는 오늘도 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