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시민혁명의 주무대였던 그린광장(지금은 ‘순교자 광장’)에서 지난주 호텔로 걸어오는데 반(反)카다피군 깃발로 장식된 차가 다가오더니 나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당신을 환영한다”며 먼저 말을 건넨 이 스물한 살의 청년은 나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고는 “미국인들, 고맙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리비아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 나라 앞에는 부족 갈등을 봉합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는 엄청난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시민혁명의 성공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의미를 음미할 때다. 즉 리비아에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진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나는 튀니지를 통해 리비아 국경을 넘어 트리폴리까지 차를 타고 갔다. 물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길이었다. 여정 도중 반군의 검문소도 많이 거쳐야 했다. 주유소마다 줄도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요즘 리비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내전으로 막혔던 길은 많이 뚫리고 상점도 문을 열었다. 트리폴리는 이제 거의 안정을 찾은 듯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위협이었던 카다피는 이제 없다. 굳이 위험요소를 꼽는다면 반군들이 공중에 대고 쏘는 축포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시민폭동이나 카다피 정부군이나 측근들에 대한 보복 행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카다피) 무기창고에서 무기를 가져가긴 했지만, 가정집이나 상점에서 약탈을 하지 않았다.
리비아인들이 보내는 미국에 대한 사랑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리비아 서부 주와라 지역에서 만난 한 반군 병사는 오히려 내게 “뉴욕은 안전하냐”고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해하자 그는 “허리케인 ‘아이린’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릴 돕고 싶다고도 했다. 리비아는 지금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진입하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일부 리비아인은 처음엔 미국을 의심했다. 리비아가 이라크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비아의 사례는 가끔은 무력 사용이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입은 현지 국민과 국제사회 양쪽의 지지를 받았다. 시리아 및 예멘 국민과 달리 리비아인 대부분은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을 환영했다.
‘인도주의적 개입’은 외교 정책에 있어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다. 이런 선택을 해야 할 상황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우린 리비아에서 얻은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관되게 (개입을 안 해서)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일관성이 없더라도 종종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편이 훨씬 낫다.
―트리폴리에서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