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쏘리… 지지지… 5만명 ‘떼창’
2일부터 3일간 일본의 최대 공연장인 5만 석 규모의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는 3일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4일 오후 4시간의 공연이 끝나갈 무렵 출연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H.O.T의 ‘빛’을 부르며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쏘리 쏘리’를 불러 공연장을 들썩이게 한 ‘슈퍼주니어’의 멤버 신동(왼쪽)과 이특.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1월 공연을 보고 꼭 다시 보고 싶어서 왔어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이들의 공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흥분돼요.”(미카·33)
4일 오후 4시 일본 최대 실내 공연장인 5만 석 규모의 도쿄돔 내부는 온통 보랏빛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합동으로 펼치는 공연 ‘SM타운 라이브 인 도쿄 스페셜 에디션’을 보려고 몰려든 관객들이 보라색 야광봉을 들고 빼곡하게 공연장을 채웠기 때문이다. 2일부터 3일 동안 연속해 열린 이번 SM타운 공연은 모두 15만 명이 관람했다. 일본에서 연 한국 공연으로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이다.
이어 샤이니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가 차례로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은 큰 함성을 지르며 야광봉을 머리 위로 흔들었다. 때론 소극적일 정도로 ‘예의바른’ 것으로 알려진 일본 관객들이지만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샤이니의 ‘링딩동’, 소녀시대의 ‘지’ 후렴구에선 한국 팬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따라 부르는 이른바 ‘떼창’이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다른 그룹 멤버들이 서로 짝을 지어 마련한 무대도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친동생인 f(x) 멤버 크리스탈과 함께 케샤의 ‘틱톡’을 불렀다.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소녀시대의 서현은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삽입곡 ‘웨이 백 인투 러브’를 듀엣으로 불렀다. 슈퍼주니어의 신동과 은혁, 샤이니의 민호와 키는 힙합 듀오 ‘지누션’의 ‘에이 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공연이 시작된 지 2시간 반이 지나 일본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류의 원조 동방신기가 등장하자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무대 뒤에 설치된 화면에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얼굴이 크게 잡힐 때마다 팬들의 함성은 도쿄돔을 들썩이게 했다. 두 멤버가 와이어를 달고 관중석에서 솟아올라 무대로 날아가자 관객들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4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은 36명의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56번째 곡인 H.O.T의 ‘빛’을 합창한 뒤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아쉬운 듯 객석을 떠나지 못하던 관객 요이치 씨(32)는 “소녀시대 ‘택시’처럼 일본어로 부른 노래가 대부분이어서 친근감을 느꼈다. 멤버들의 율동에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어 ‘역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김영민 SM 대표(41)는 “보아와 동방신기가 일본 시장에서 토대를 다진 것이 결실을 이뤄 샤이니와 f(x)까지 이곳에 오게 됐다”며 “앞으로 개별 가수들이 도쿄돔에서 단독 공연을 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최근 현지 방송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내보내는 데 항의하는 반(反)한류 시위가 있었지만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극히 소수의 소리일 뿐 주류의 분위기는 반한류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국적이 우연히 한국일 뿐’이라는 것이다.
SM타운 공연은 다음 달 23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은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으로 팝스타들에겐 꿈의 무대로 불린다.
도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