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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eek]2008년과 다른 글로벌위기… 내년엔 유동성 장세 염두를

입력 | 2011-09-05 03:00:00


지금이 몇 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2008년에는 가계와 은행 등 민간이 문제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 부채를 떠안은 정부가 위기의 전면에 서 있다. 또 당시에는 위기가 미국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정부 재정이 총체적으로 위태롭고 정책수단도 바닥이 났다.

하지만 실상 이런 부정적인 차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신흥국 경제는 몇 년 전보다 더욱 강하고 선진국과 차별화되고 있음이 입증되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신흥국들은 세계 실질성장의 75%를 기여했다. 특히 이 기간 세계 성장의 54%를 기여한 중국은 빚더미의 선진국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꿋꿋한 성장을 해왔으며 여차하면 앞으로 쓸 정책카드도 남아 있다. 전 세계 국민총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은 10%에 못 미치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20%에 이르고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만 봐도 신흥국 5.9%, 선진국 1.6%로 차별화된 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2008년과는 다른 점이 많다. 3년 전과는 달리 미 은행들은 총 1조6000억 달러의 초과지급준비금을 쌓아놓고 있다. 미국 내 외국은행들의 현금보유액도 최근 조금 줄기는 했지만 3년 전 1000억 달러와는 비교가 안 되는 75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민간기업들 또한 투자를 미룬 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 실물 면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82%에서 66%까지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은 지금 76%로 올라 있다. 소매 판매나 자본재 수주액 등도 비교적 양호하고 특히 낮은 재고로 이젠 재고의 부정적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반년간 미 경제는 북아프리카 중동 사태, 동일본 대지진,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 위기 등 마찰적 악재들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처럼 경제의 기본이 아주 비관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은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물론 선진국들이 재정 부실의 늪에서 헤매는 동안 신흥국들의 수출 날개가 꺾이고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져들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럽 문제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므로 진통 끝에 결국 해결될 것이란 점, 신흥국이 총체적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막을 기본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 앞서 살펴본 대로 미국 경제가 실제로 최악의 상황에 빠질 확률이 낮다는 점 등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유럽의 재정 위험과 그에 따른 역내 은행들의 불확실성이 분명 남아 있다. 하지만 이들 위험이 어느 정도 엷어지는 내년에는 이미 풀린 과잉 유동성이 어떤 기현상을 낳을지 벌써부터 긴장된다.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일련의 사태는 아시아 자산 가격의 차별화와 가격 상승을 잉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럽 위기가 더 커질수록 그 끝자락 이후 나타날 유동성 장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