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여성 K 씨의 ‘명품족(族) 예찬’을 들어보자. “한국과 같은 ‘간판사회’에선 가방에 달린 명품 로고가 ‘명함’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죠. 하지만 진정한 명품족은 가죽, 바느질, 염색, 장식 하나하나의 미묘한 차이에 주목해요. 그렇게 고른 명품에 비싼 값을 치르는 건 예술작품에 투자하는 것과 같죠. 제 경험상 명품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뛰어난 여자들은 대개 똑똑하고 일도 잘하더군요.”
▷컨설팅기업 ‘매킨지&컴퍼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 이후 매년 12%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4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가계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달해 명품족 많기로 소문난 일본(4%)보다 소비성향이 더 높다. 수(手)작업으로 연 700∼800개를 생산하는 에르메스 버킨 핸드백은 국내 판매가가 1200만 원 정도다. 한국에서 이 백을 주문해놓고 몇 년씩 기다리는 사람이 1000명을 넘는다. 일본에선 일주일에 50만 원 정도를 받고 버킨백을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가 인기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명품 대여 사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