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에 유급휴가 주는게 징계냐… 성경구절 입맛대로 인용하지 말라”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켰던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란 성경 구절을 인용해 강 의원을 옹호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비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비난 대열에 앞장섰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의원이 제명 대신 30일 출석정지를 받은 것에 대해 “출석정지 기간 세비가 반 정도 나오니까 500만 원 남짓 될 텐데 트위터에서는 ‘국회는 의원이 성희롱 하면 유급휴가 보내주는 것이냐’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고 말한 것인데 트위터에선 돌을 찾는 사람이 많더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트위터에는 “인혁당 사건을 사법살인이라 부른다. 강 의원 제명안 부결은 입법강간”이라는 과격한 글까지 올라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상희 의원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사법부와 국민이 이미 심판한 강 의원 제명안에 대해 13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강용석 감싸기를 넘어선 작태”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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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여성단체와 누리꾼들도 동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란 글이 쓰여 있는 국회의사당 그림에 모형 돌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언론단체로 구성된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긴급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국회는 자정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국회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자신의 성경 인용 발언이 논란을 빚자 보도자료를 통해 “강 의원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충분한 벌을 받았기 때문에 용서하자고 호소했던 것”이라며 “발언 내용 중 일부만 앞뒤 맥락 없이 전해져 왜곡된 해석을 낳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명안이 부결된 뒤 곧바로 여야 합의로 징계안이 상정된 점 등으로 볼 때 여야가 사전에 모종의 ‘공모’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제명안 부결에 대비해 징계안을 올리자고 요구해 왔다”며 “한나라당 의원이 대부분 제명안에 반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징계안 상정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데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법 제158조에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이를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비판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