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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검찰, 치열한 기싸움…진실공방 예고

입력 | 2011-09-01 12:57:27


서울시교육감 뒷돈 거래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검찰과 곽노현 교육감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2억원을 받은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 측에 이어 곽 교육감 측 인사들을 줄 소환하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곽 교육감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곽 교육감은 1일 월례조회에서 "이미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했다.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신중함으로 교육감직 수행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박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고 인정한 이후 나흘 만에 나온 공식 언급이다. 검찰의 압박에도 거취표명·해명이 아니라 절제된 메시지로 방어막을 친 것이다.

특히 곽 교육감이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금 제 안에 꿈틀대는 많은 말들을 접겠다"고 한 대목은 검찰 수사에 대응할 수 있는 모종의 카드가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마치 검찰과의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언급으로 비치며, 마냥 수세에 몰려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때문에 양측은 첫 소환 조사 단계부터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검찰이 곽 교육감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기소까지 한다 해도 향후 법정에서 2라운드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 교육감을 기다리는 검찰 수사팀은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미 곽 교육감이 박 교수의 사퇴를 조건으로 돈과 직(職)을 보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물적·인적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돈을 받은 쪽인 박 교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만큼 돈을 준 곽 교육감의 사법처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돈 받은 사람과 준 사람 중 누구 혐의가 더 무겁나'는 질문에 "누가 됐고 누가 안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곽 교육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박 교수의 녹취록 등 일부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다소 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따라서 검찰은 대가성 외에도 2억원의 출처까지 샅샅이 뒤짐으로써 곽 교육감을 꼼짝 못하게 할 '안전판'을 마련하는데도 수사력을 배분하고 있다.

반면 곽 교육감은 '선의의 2억 전달' 취지의 언급 이외에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무대응' 자체가 곽 교육감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에 말리지 않으려는 전략적 차원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파악으로 추후 본격적인 반격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곽 교육감은 변호인 등과의 협의를 거쳐 검찰 주장에 대비한 각종 대응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진실게임은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곽 교육감 소환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한 조사에 대비해 지금까지 압수수색, 계좌추적, 관련자 진술 축적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정리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는 등 칼날을 갈고 있다.

오는 5일자로 검찰중간간부 인사가 났지만 이번 사건 수사지휘라인은 직무대리 형식으로 중앙지검에 남아 차질 없이 수사를 진두지휘하기로 하고 흔들림 없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