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구 DHL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찾아보면 위기를 극복하거나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킨 사례는 이토추상사 외에도 많다. 미국과 유럽발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주식시장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불과 한 달 사이 시가총액은 수백 조 이상 증발했다. 기업의 경영여건도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산업구조는 21세기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자고 나면 초대형 기업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움직임은 ‘IT 강국’ 한국을 옥죄어 오는 형국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MS의 노키아 인수 타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 절치부심했던 일본 전자업계의 합종연횡이 그 예다. 애플과 구글 등의 공세가 거세지자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치중하고 소프트웨어를 소홀히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초음속으로 치닫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과거처럼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절약의 미덕은 당장의 소나기는 피할지언정 내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득만 좇는 것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용비어천가 2장의 내용은 기업 경영에도 예외는 아니다. 내부로는 핵심역량을 강화해 모진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체력을 키우고, 외부로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2의 세지마나 제2의 빌 게이츠가 바다 건너에서만 나오란 법은 없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결국엔 사람이다.
한병구 DHL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