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검문소 지키는 반군 튀니지 데히바 지역의 맞은편에 있는 리비아 측 검문소에서 리비아인이 총을 든 채 지나가는 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이곳 검문소의 벽에도 반군의 상징인 삼색기가 그려져 있다. 나루트(리비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튀니지 데히바에서 국경선을 넘어 약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나루트는 오래전부터 반카다피군이 장악해온 도시지만 교전의 흔적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멀리 사방에서 총소리와 포성이 들리는 가운데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여전히 정부군의 저항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 나루트를 향해
이날 오전 9시 15분(현지 시간)경 남부 루트인 데히바를 통과해 리비아 나루트로 향했다. 데히바 검문소에서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었다. 100m 정도 떨어진 맞은편 리비아 국경 검문소에는 삼색기가 나부껴 반군들이 통제하고 있음을 상징했다. 삼색기는 무아마르 카다피 집권 이전 리비아의 국기.
반군이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군 병사에게 여권을 건넸지만 그는 힐끗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가라고 손짓한다. 여권에 입국 도장도 찍지 않았다. 튀니지에서 건너와 리비아로 들어가는 데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찾았던 튀니지 국경도시 빈가르데인에서는 튀니지 경찰들이 국경 통과조차 못하게 막았었다. 이곳 튀니지 경찰은 “건너편 지역을 리비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리비아 비자가 없으면 국경을 넘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길에 널린 전투의 흔적
데히바 건너편 리비아 측 국경검문소를 지키던 한 리비아인은 뒤쪽의 산을 가리키며 “저 산 너머에서 4월 초 카다피군이 우리를 공격했다”며 그동안 모았던 탄피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리비아로 내부로 접어든 순간 드넓은 벌판에는 모스크와 부서진 차량이 눈에 띄었다. 전투가 벌어진 뒤의 황량함 그 자체였다.
간이 검문소에는 반군의 삼색기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유럽연합(EU) 국기가 걸려 있었다. 모두 반군을 직간접으로 지원한 나라들이다.
길에서 만난 리비아 주민 사이드 씨(42)는 “카다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잡히면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카다피를 비난하는 동안에도 멀리서 포성과 총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이미 반군이 장악한 곳이어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시내 곳곳에는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했던 교전을 상징하듯 포탄에 날아간 기념비, 총탄 자국이 선명한 건물이 즐비했다.
나루트(리비아)=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