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시, 퇴근길의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냐고 묻자 신재평은 “라디오에서 소개하지 않은 청취자의 사연까지 다 읽는다”며 “어떤 청취자는 이제 직업이나 나이도 안다”고 말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선배의 조언에 충실한 ‘햇병아리’ DJ가 있다. EBS에서 중학생 때 베개에 키스 연습한 얘기를 꺼내거나, 감기약을 먹은 날이면 선물을 남발하며 ‘들떠서’ 진행을 한다.
바로 듀오 페퍼톤스의 신재평(30)이다.
석 달 전부터는 EBS ‘아름다운 우리들의 라디오(아우라)’ 진행자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갑자기 섭외가 왔어요. 능변가도 아니고 발음이 정확한 것도 아닌데…. 하지만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그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조언해줬어요. 그래서 실수하거나 부족한 모습도 그대로 보여 드려요. 그게 저니까요.”
처음엔 실수도 잦았다. ‘낫싱벗어송(Nothing But a Song)’을 ‘낫싱벗어’로 읽거나, 읽었던 사연을 또 소개하는 날도 있었다. 긴장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탈이 나기도 했다.
이젠 “오빠 보고 싶었구나!”라는 오프닝 멘트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넉살이 생겼다. 스타카토처럼 끊어 읽는 신 DJ는 ‘정직한’ 영어 발음과 꾸밈없는 ‘으헝헝’ 웃음소리도 매력이 됐다.
조금씩 성장하는 그를 두고 어떤 이는 ‘포스트 유희열’이라 부른다. 그에게 유희열은 14년 경력의 라디오 DJ 선배이자, 같은 소속사 동료다.
그러나 그는 “비교 자체가 가당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유)희열이 형은 하늘에서 내린 재주를 가졌어요. 아는 사람 중 가장 말을 조리 있고 재미있게 해요. 형처럼 되기도 불가능하고요.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어요.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스스로 점수를 매기면 만점? (웃음)”
라디오 팬들은 즐거운 고민을 하는 중이다. 한 청취자는 ‘아우라’와 방송시간이 40분 겹치는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동시에 듣느라 “정신분열이 온다”고 하소연했다. ‘아우라’에서 일어난 일을 유희열에게 ‘고자질’하는 이도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천동설 이후 우주가 정재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설이 있어요.(웃음) 후배들은 재형 형이 주목받는 상황이 재미있어요. 요즘 회식하면 형이 많이 돈을 내요.”
29일부터는 ‘청년시대-신재평의 라디오드림’으로 프로그램명이 바뀐다. 개편을 맞아 새 각오도 다져야 한다. 매일 밤 100분씩 수다를 떠는 그에게도 못한 얘기가 있을까.
말미엔 ‘전부 괜찮을 거예요’라고 인사해요. 청취자에겐 ‘최악인 날’도 있고, 그래서 현실적인 충고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계속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이런 말 하는 제가 바보 같나요?”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