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밤 최종 투표율(25.7%)을 확인한 뒤 서울시청에서 “시민들의 소중한 뜻이 담겨 있는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하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오 시장은 24일 홍준표 당 대표와의 심야 회동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한 만큼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오 시장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까지는 버텨줘야 한다며 설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 시장이 사퇴 시기 문제를 당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즉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가 오 시장으로선 계속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10월 보궐선거를 꺼리는 이유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서울시장을 야권에 내주면 내년 총선과 대선 전략에도 지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도부가 책임론에 휘둘리는 등 당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한나라당 후보로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할 만큼 시장직에 대한 의지가 있는 데다 당 전당대회에서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확인돼 당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힌다.
원희룡 의원은 7월 당 대표 경선 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의 출마 요구가 있을 경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거명된다.
야권 후보로는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0.6%포인트 차로 석패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민주당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 추미애 박영선 김성순 전병헌 김희철 의원, 김한길 신계륜 이계안 전 의원 등 10여 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당 외부인사로는 조국 서울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거론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물망에 올라 있다. 야권의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 때 한 전 총리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표 분산을 경험한 바 있어 단일화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의 경우 10월 26일 보궐선거에는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더라도 내년 4월 총선에 다시 출마할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보궐선거 시기가 내년 4월 총선과 겹칠 경우 지역구와 서울시장 출마 중 한 개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이 출마 여부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