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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時 Call Call]똑같은 항공권, 가격 왜 천차만별일까?

입력 | 2011-08-23 03:00:00

항공사의 ‘이윤극대화’ 정책 때문




다음 달 10일 인천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는 김 씨와 이 씨, 그리고 박 씨. 세 사람은 모두 일반석(이코노미석) 왕복 티켓을 끊었다. 하지만 이들이 항공권 구입을 위해 지불한 돈은 각기 다르다. 김 씨는 207만 원을 낸 반면 이 씨는 272만 원을, 박 씨는 무려 391만 원을 냈다. 같은 날, 같은 서비스를 받는 같은 등급의 좌석에 앉았는데 김 씨와 박 씨의 가격 차는 무려 184만 원에 이른다. 그 이유는 뭘까. ‘그때그때 다른’ 알쏭달쏭한 항공권 가격 구조를 들여다봤다.

○ 조건-시기 등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항공권은 구입시기와 조건, 구입처에 따라 가격 차가 크게 나는 대표적 상품이다. 같은 날, 같은 곳으로 가는 같은 항공사, 같은 등급의 비행기 좌석이더라도 가격은 다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티켓의 유효기간(오픈 기간·왕복항공권의 돌아오는 티켓을 쓸 수 있는 기간), 환불 규정과 같은 ‘티켓 조건’ 때문이다. 항공사는 유효기간이 짧은 티켓을 싸게 판다. 판매에도 유리하고 일정 변경 가능성이 낮아 고객관리비용도 적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같아도 다른 조건에 따라 가격 차가 난다. 일반적으로 취소 환불수수료가 비싸고 일정 변경이 어려우며 마일리지 적립에 제한이 많으면 값이 싸진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 예로 뉴욕행 비행기에 200개의 일반석이 있다고 치면 이 중 50석 정도는 평균가보다 싸게, 100석은 평균가에, 나머지 50석은 평균가보다 비싸게 가격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래도 먼저 예약한 손님이 싸게 책정된 좌석을 살 확률이 높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뉴욕 등 인기 노선의 가장 싼 자리는 통상 출발 200일 전에 대부분 팔린다”고 귀띔했다.

항공권 값이 천차만별인 근본 이유는 항공사의 ‘가격 차별화’ 때문이다. 가격에 민감해 서둘러 예약하고 비수기에 맞춰 왕복으로 항공권을 사는 고객에겐 싼값을 매기는 반면 출발을 며칠 앞두고서야 허겁지겁 표를 구하는 손님에겐 비싸게 받는 것이다. 급한 용무 때문에 절박하게 당일, 또는 다음 날 표가 필요한 비즈니스맨은 꼼짝없이 비싼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요금정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 여행사별 정책도 관건

항공권 가격은 항공사뿐 아니라 여행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항공권의 90%는 여행사를 통해 간접 판매되는데 여행사들이 얼마나 마진을 붙이느냐, 혹은 할인 이벤트를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보통 항공사들은 개인 소비자(소매)보다 여행사(도매)에 더 싸게 표를 판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행사 대상 판매가격이 일반 소비자가격보다 최대 5%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진을 적게 붙이는 여행사라면 항공사에서 직접 표를 사는 것보다 여행사를 통해 사는 게 쌀 수밖에 없다. 해당 여행사를 통해 호텔예약 등을 함께하면 할인혜택은 더 커진다. 22일 현재 인천∼나리타 대한항공 왕복 항공권(일반석·7일 오픈) 가격은 대한항공 인터넷 판매가 기준 46만 원이지만 일부 여행사는 숙박 동시예약을 전제로 30만 원에 파는 식이다.

또 출발일자가 가까워 오는데도 항공사에서 미리 사둔 표를 다 팔지 못한 여행사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원가보다 싸게 표를 팔기도 한다. 일명 ‘땡처리’다. 반대로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 등 성수기에는 여행사의 항공권 가격이 항공사 직접 구매보다 비싸진다. 여행사들이 항공사에서 미리 표를 확보한 뒤 최대 몇십만 원씩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이다.

※이 코너는 독자가 묻고 동아일보가 취재해 답하는 쌍방향 기사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증이 생기면 오피니언팀(reporter@dong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