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 같은 시간대에 남북의 정상이 현지 기준으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몽골과 러시아의 지역에 각각 체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23일까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머물 예정이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3일께 바이칼 호수 인근의 동부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특별열차편으로 이동 중이다.
특히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는 비록 소속 국가가 다르지만 같은 몽골족의 인접 도시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울란우데가 위치한 부랴트몽골 자치구는 1946년 중국이 내몽고, 소련이 부랴트몽골 자치구를 각각 나눠 가지는 식으로 양국이 암묵적 합의를 하면서 소련 영토로 획정됐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 울란우데는 '붉은 문' 또는 '붉은 우데강'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21일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는 횡단철도와 도로로 연결돼 있으며 역사ㆍ지리ㆍ문화적으로 매우 가까운 도시"라면서 "비록 잠깐이나마 남북 정상이 가까운 지역에 머문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접성을 근거로 남북 정상이 극적으로 조우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져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시간상으로 볼 때 두 정상의 조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22일 5박6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순방국인 몽골의 울란바토르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은 몽골 체류기간 이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외교소식통은 "남북 지도자들이 같은 시공간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협력과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