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르미硏 포착보도에 英 네이처 “가능성 없다”4월이어 또 해프닝… 美-유럽 “결론은 다음 기회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검출기 CMS(왼쪽)에서 최근 특정 입자가 과다하게 검출돼 한때 힉스 입자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LHC에 ‘왕좌’를 넘겨주고 올해 9월 가동 중단을 앞둔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가속기 테바트론(오른쪽)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학계는 ‘해프닝’으로 결론냈다. CERN· 페르미가속기연구소 제공
○ CERN 소장 “2012년은 돼야…”
발단은 영국 BBC의 보도였다. BBC는 지난달 24일 페르미연구소의 디제로 팀이 힉스 입자의 단서를 포착했다고 보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여러 매체도 일제히 이 내용을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디제로팀은 국제고에너지물리학회에서 결과를 처음 공개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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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팀 예외는 있었다.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있는 검출기 아틀라스와 CMS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진이 특정 입자들이 과도하게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네이처’는 “이 현상도 현재까지는 힉스의 근거로 보기엔 무리라는 게 물리학자들의 주된 견해”라고 전했다.
롤프디터 호이어 CERN 소장도 힉스 존재 여부가 ‘진실 공방’으로 번지기 전에 진화에 나섰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힉스의 존재 여부는 2012년쯤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페르미硏 “오류 가능성 열어놓고 재검토”
사실 힉스를 발견했다는 주장은 올해 4월에도 한 차례 나왔다. 유명 과학블로그인 ‘Not Even Wrong(낫 이븐 롱)’에 LHC 실험에서 힉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주요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CERN은 약 2주 뒤 “힉스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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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미연구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디제로팀은 LHC가 아니라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가속기 테바트론으로 실험했다. 테바트론은 LHC보다는 에너지가 낮지만 힉스를 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페르미연구소가 올 9월 테바트론의 영구 가동 중단을 앞두고 결과 발표를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월 페르미연구소의 CDF팀이 ‘제5의 힘’을 발견했다고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6월 디제로팀은 같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5의 힘’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정반대의 내용을 발표했다.
페르미연구소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꾸려 불일치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영기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론물리학 전문가 등 연구소 내 여러 팀이 여러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최종 결론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