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마다 폭소… 300만 명이 쓰러졌다
코믹극 ‘라이어’(위)는 잘 짜여진 상황으로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게 강점. 거짓말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주인공이 동성애자로 오인받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냈다. 대학로 대표 코믹극 ‘뉴보잉보잉’은 배우들의 ‘개인기’를 앞세워 객석의 잦은 웃음을 유발하면서 최근‘라이어’를 밀어내고 인기 순위 1위로 올라섰다. 파파프로덕션·극단 두레 제공
2002년 초연 이후 누적관객 100만 명을 넘어선 ‘보잉보잉’ 시리즈 대표작 ‘뉴보잉보잉 1편’은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월간 판매 순위(17일 기준)에서 연극부문 1위, 공연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1999년 초연 이후 13년째 장기공연하며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한 ‘라이어’ 시리즈의 1편 ‘라이어’도 7월 초보다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연극부문 3위를 지키고 있다.
영국 작가 레이 쿠니의 희곡이 원작인 ‘라이어’는 택시운전사 존 스미스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이것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난처한 상황이 이어진다는 내용. 스위스 작가 마르코 카블레티 희곡이 원작인 ‘뉴보잉보잉’은 승무원의 스케줄을 정교하게 체크하면서 세 명의 여성 승무원과 동시에 사귀는 바람둥이 성기가 비행 스케줄 변경으로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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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웃긴다
가장 큰 특징은 두 작품 모두 쉴 새 없이 웃음 폭탄을 날린다는 것. 6일과 8일 ‘라이어’와 ‘뉴보잉보잉’을 차례로 관람하며 관객의 반응을 체크한 결과, 라이어는 22번의 박장대소를 포함해 모두 118회나 객석에서 웃음을 이끌어냈다. 공연시간 1시간 40분 동안 51초 마다 한번씩 웃긴 셈이다. 보잉보잉은 1시간 20분 공연에 20번의 박장대소를 포함해 166회 웃음을 끌어냈다. 평균 29초마다 한 번씩이다.
두 작품이 주는 웃음의 ‘결’은 다소 차이가 있다. 라이어가 잘 짜여진 상황으로 순수한 웃음을 끌어내는 반면 보잉보잉은 좀 더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준다. 여자 배우가 과장되게 귀여운 모습을 연기하거나 갑자기 목소리를 남성처럼 저음으로 내면서 ‘대비 효과’를 주는 것 등이 그런 예다.
배우들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여 작품의 완성도에선 다소 아쉬움을 준다. 객석에서 실소나 석연치 않은 웃음이 라이어에선 22번, 보잉보잉에선 49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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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마케팅이라고 말할 특별한 전략이 없다. 라이어는 국내 최장인 13년 공연, 보잉보잉은 9년간 공연하며 쌓아온 인지도가 마케팅 무기다. 장기 공연으로 워낙 잘 알려져 있어 공연 초보자들이 연극 관람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잉보잉 연극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관객 10명을 무작위로 만나 물어보니 이 중 7명은 이제껏 다른 공연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관객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대학로의 서울연극센터 박은희 총괄매니저는 “연극센터에 문의하는 공연 입문자들 대부분은 코미디를 선호하며 이 두 연극의 제목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에는 코미디가 더욱 인기다. 라이어 제작사 파파프로덕션의 이현규 대표는 “더운 여름에는 심각한 것보다 무섭거나 재밌는 작품을 찾는다. 13년 통계를 봐도 7, 8월 흥행 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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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도 강점. 서울연극센터에 따르면 대학로 연극 공연의 평균 가격은 1만8000원 선이다. 보잉보잉 티켓 정가는 일반인 2만5000원, 청소년 1만5000원이지만 평일 5시 공연과 토요일 9시 40분, 일요일 7시 공연은 1만 원에 판매한다. 라이어는 오랫동안 정가 1만5000원을 고수해오다 최근 가격을 일반 2만5000원으로 올렸지만 올 하반기에 다시 1만5000원으로 내릴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보잉보잉에 밀린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김재화 인턴기자 서강대 영문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