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고민을 할까? 서울 강남의 한 여중에 다니는 3학년 조모 양(15·이하 딸)과 어머니 강모 씨(57·이하 엄마)는 얼마 전 고교선택제를 둘러싸고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모녀가 나눈 대화.》
엄마 우리 딸은 치대 진학이 목표니까 서울지역 자율고(자율형 사립고)가 좋지 않을까? 얼마 전 기사를 보니까 지난해 의·치대 진학성적에서 자율고가 발군이던데…. 수능 응시인원 대비 합격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교 중 6곳이 자율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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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글쎄…. 서울에 있는 자율고 26곳 중에 여고는 3개야. 남녀공학을 합해도 상위권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율고는 7곳뿐이라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 내신경쟁이 더 치열하다던데. 입학 이후가 문제겠지.
딸 오늘 학원선생님이 성적 턱걸이해서 자율고 갈 바엔 일반계고 가서 내신을 잘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하더라. 입학 후에 성적이 상위권에서 중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고 적응 못해서 일반계고로 전학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엄마 내신이 중요하긴 해. 하지만 자율고는 똘똘한 친구들이랑 경쟁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가 있잖아?
딸 친구들은 다 일반계고로 간다던데. 절친(절친한 친구) 3명이랑 헤어지면서까지 자율고 가야 돼? 낙엽만 떨어져도 눈물이 핑 돌 나이라고! 친구랑 헤어지면 밥은 누구랑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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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응. 그런데 거기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자율고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고 하더라. 근데 꼭 A고 아니라도 다른 지역 학교에 지원할 수 있잖아.
엄마 굳이 다른 학군에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라도 일반계고라면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고등학생 딸이 1시간 걸려 학교에 가는데 맘 편한 부모가 어디 있겠니. 지난해 고교선택제에서 96% 정도가 거주지역 학교에 갔다는 결과도 같은 맥락이겠지. 그래서 내년에는 고교선택제도 없어질 거라고 하던데.
딸 자율고든 일반계고든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최상위권이 몰리는 치대입시는 ‘누가 더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덜 실수하나’의 싸움이니까 말이야.
엄마 지금은 치대에 가고 싶지만 아직 중3이니 진로가 바뀔 수도 있잖아? 요즘 입학사정관 전형 때문에 비교과 활동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학교가 진학에 유리하다던데. 그럼 자율고가 유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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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율고와 일반계고가 전부가 아냐. 교과과정의 45% 이상을 과학·수학 교과로 이수한다는 과학중점학교도 괜찮을 것 같고, 자율형 공립고도 간과할 수는 없지. 아, 복잡하구나.
딸 나도….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