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유난히 목청 큰 말매미 급증 ② 말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늘어 ③ 매미소리, 사람이 가장 잘 들을수 있는 주파수 ④ 고층아파트 벽에 소리 반사… 10배로 증폭돼
동아사이언스 취재팀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0일 오후 2시와 12일 오전 5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12일 낮 12시 반경에는 관악구 봉천동 현대아파트와 관악구민운동장을 찾아가 매미 울음소리 크기를 네 차례 직접 측정했다. 이곳의 매미들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 울고 있었다.
○ 매미 개체 수 늘어나 울음소리 커져
12일 오후 12시 20분 가로수가 늘어선 봉천동 현대아파트 옆 대로. 소음측정기에 85dB(데시벨)이라는 수치가 찍혔다.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나는 소리 크기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을 막기 위해 확성기 등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 기준은 주간을 기준으로 주거지역 및 학교는 65dB, 기타지역은 80dB 이하로 이를 넘는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해가 진 야간에는 각각 60dB과 70dB 이하다. 주거지역에서 65dB 이상의 소음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신고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미는 ‘집시법’을 위반한 셈이다.
도로의 차량 소음이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차가 다니지 않는 관악구민운동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측정했을 때에는 72dB이 나왔다. 취재팀과 동행한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센터 김규태 실장은 “72dB는 2, 3m 간격으로 끊임없이 차가 지나다니는 10차로에서 약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소음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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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음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기상 대전 전민고 교사는 “최근 도심 지역의 매미 울음소리가 커진 이유는 매미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미 한 마리가 낼 수 있는 소리 크기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정하지만 한 나무에 살고 있는 수컷 매미 수가 많아지면서 서로 경쟁하듯 쉬지 않고 울어대기 때문에 더 시끄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가 큰 말매미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1970년대 서울 강남지역을 개발하면서 말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을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의 정원수로 쓴 것도 개체수가 급속도로 느는 데 영향을 미쳤다. 말매미의 울음소리 크기는 약 80dB로 열차가 지나갈 때의 소음(80∼100dB)과 맞먹는다. 한국에 사는 매미는 14종 정도다.
매미 울음소리가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는 주파수에 걸쳐 있는 것도 문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는 20∼20000Hz(헤르츠), 이 중에서 3500Hz 근처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데 매미 소리의 주파수는 약 2500∼5500Hz이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매미의 소리는 높게 솟아 있는 아파트 벽에 반사되면서 더 크게 들릴 수 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승환(곤충학) 교수는 “매미 소리의 파동이 벽에 반사되면서 공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10마리가 우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면 100마리가 우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밤에 더 시끄러운 매미소리
매미 울음소리는 유독 밤에 잘 들린다. 12일 오전 5시 창전동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매미 소리 크기가 평균 85dB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10일 오후 2시에 측정했을 때는 평균 70dB였다. 왜 낮과 밤에 차이가 날까. 김 실장은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차에 따라 낮과 밤에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이 다르다”며 “밤에 매미 울음소리가 더 잘 들린다”고 말했다. 밤에는 지표면에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많다. 찬 공기는 공기분자가 뭉쳐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운 낮과 달리 소리가 위로 확산되지 않고 주거지역 등 지상으로 퍼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끄럽게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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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조명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털매미, 말매미, 쓰름매미 등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매미들은 작은 불빛에도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가로등 조명 등을 낮추면 소음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이승환 교수는 “주거단지를 설계할 때부터 매미 등 주변 곤충의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곤충학자들이 매미가 싫어하는 나무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를 찾아 정원수로 쓴다면 매미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해 소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