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최신 버전 정답은 ‘남한의 중학생들이 무서워서’란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얘기다. 자녀 수가 적어져 오냐오냐 키운 요즘 아이들은 세상 무서운 게 없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덩치는 어른만 해졌다. 웬만하면 엄마보다 몸집이 커서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춘기라 걸핏하면 신경질이나 부리기 일쑤다. 부모에게는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다. 오죽하면 많은 엄마들이 “고교는 기숙사 있는 학교로 보내는 게 소원”이라고 할까. 북한이 남한을 점령해도 이 녀석들만큼은 어찌할 자신이 없어 남침을 꺼린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교사들의 고충이 심하다. 다음은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이다. 어느 중학교에서 새로 부임한 여교사에게 학생들이 첫 경험이 언제인지 물어보는 등 성희롱을 서슴지 않았단다. 주의를 주려고 다가서니 한 학생 왈 “가까이서 보니 더 예쁘네.” 서울시내 중학교에서 기간제 여교사로 근무하는 한 선배 부인은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아줌마’라고 부르는 학생도 많다”며 “체벌 금지 이후 더욱 심해져 이젠 그러려니 하고 체념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는 열광하는 반면 싫어하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달 정도로 연예인에게 민감하다. 이어폰을 끼고 침대에 누워 줄곧 노래만 따라 부른다. 친구들과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하루 종일 수다를 떨지만 정작 부모와는 하루에 한두 마디도 제대로 안 한다. 컴퓨터 게임은 몇 시간씩 집중하면서도 공부할 때는 몇십 분을 자리에 못 앉아 있는다 등등.
이들 부모의 고민은 대부분 “아이가 목표가 없는 것 같다”로 귀결됐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깨치기는 쉽지 않은 주제다. 결국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중학생 엄마를 괴롭히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엄마 쪽이 더하다. 어렸을 때야 내 아이가 천재인 듯싶다(착각으로 밝혀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고교에 진학하면 떨어진 성적을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학생 때가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마음만 조급해진다.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제도도 부모에겐 스트레스다. 외국어고에 보내야 할지, 자율형사립고에 보내야 할지, 일반고에 보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백 년은 고사하고 몇 년이라도 버티는 교육정책과 제도가 별로 없다. 대학입시 전형 유형도 수백 가지라는데 나만 정보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