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남매 학비 빼고 평생 아껴 모은 10억원홍용희-한재순씨 명동성당에 기부하고 떠나
전 재산을 기부하고 간 홍용희(오른쪽) 한재순 씨 부부의 생전 모습. 서울대교구 제공
평생 야채와 쌀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온 한재순(세례명 미카엘라·83·여) 씨는 지난해 12월 둘째 딸과 함께 서울 명동성당 정진석 추기경 집무실을 찾았다. 한 씨는 이 자리에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 옹기장학회를 비롯해 좋은 일에 써 달라”며 1억 원짜리 수표 9장이 든 흰 봉투를 정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옹기장학회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한 씨는 며칠 후 한 수도원 내 영성센터 건립기금으로 1억 원을 더 기부했다.
이 10억 원은 한 씨가 남편 홍용희(세례명 비오·82) 씨와 함께 평생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기부 후 부부의 통장에는 280만 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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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아름다운 선행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에서 치러진 부부의 장례미사에 정 추기경이 추도사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남편 홍 씨는 지난달 26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28일 부인 한 씨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망했다.
정 추기경은 추도사에서 “고 홍용희 비오 형제님, 한재순 미카엘라 자매님이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을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부하고 떠나셨습니다. 저는 이 돈이 단순한 재물이 아니라 부부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애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