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왜 미 국채에 집착했나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간단히 말하면 ‘뉴욕에 사는 여성이 베이징의 셔츠공장 사장한테 빌린 돈으로 그 회사에서 만든 셔츠를 사 입는’ 구조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의 채권자가 된 것은 개인과 기업이 외화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중국의 외환관리 규정 때문이다.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으면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에 달러를 주고 위안화를 받는다. 수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시중에 위안화가 더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따라서 런민은행은 위안화를 회수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애초에 달러를 받을 때 위안화 대신 국채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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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국은 달러를 나라 밖으로 방출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매한 미국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로 중국은 수출업체에 줘야 할 런민은행 발행 국채 이자를 지불한다. 이러한 거래는 중국에는 위안화를 계속 저평가 상태로 유지시키도록 해줬고, 미국에는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줬다. 게다가 미국은 채권을 팔아 받은 달러로 재정사업을 벌여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부양해왔는데 이는 중국에 중국산 물품을 계속 팔 수 있게 하는 선순환구조가 됐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이런 관계를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라고 표현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
더구나 국제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외에 살 만한 물건이 별로 없다. AAA등급의 국채들 가운데 미 국채 비중은 60%에 이른다. 2위인 프랑스 국채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미 국채 매입을 줄인다면 중국은 달러를 안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이 커지게 된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떨어져 전체적인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손실과 비교하면 달콤한 독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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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