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 스포츠동아DB
사령탑 부임 3주 차. 대전 유상철 감독의 동선은 세 곳으로 한정돼 있다. “숙소와 경기장, 사우나 외에 나간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갓 임관한 초임 장교가 소대장으로 부임하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바로 부대 관리. 감독도 마찬가지다. 승부조작 사태로 선수단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늘 선수들과 함께 했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 ‘귀곡 산장’이라 불리는 대전 선수단 숙소가 그의 거처다. 늘 제자들과 얼굴을 맞대다보니 이제 뒷모습만 보고도 “○○야”를 외칠 정도가 됐다.
그래서일까. 수원과 K리그 20라운드가 열린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핼쑥했다.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치른 강원과 홈 대결에서 1-0으로 이겨 데뷔 전 승리의 감격을 누린 유 감독은 최근 2주 간의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실전 위주의 담금질을 했다. 대학 팀과 3차례 연습경기 결과는 2승1패. 한양대를 2-0, 우석대를 4-1로 눌렀지만 단국대에는 2-3으로 졌다.
물론 긍정적으로 봤다. 많은 실점에도 “나쁜 플레이에서 배울 수 있다”며 풀죽은 제자들을 격려했다. 대신 노력하는 자세와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프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따끔한 말로 기 싸움도 벌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시행착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전은 이날 수원에 일방적인 열세를 보이며 0-4로 대패했다. “스스로 문제를 깨우치고, 상황 판단을 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