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다이제스트 표지에 '원더우먼'으로 묘사된 미셸 위. 골프다이제스트 제공
지난 7월 US여자오픈골프대회가 열린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골프장을 방문한 소렌스탐은 "만년 유망주였던 미셸 위가 뭔가 보여주려면 학업보다는 골프에 전념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한 것.
미셸 위는 2007년 미국 서부의 명문인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후 졸업장을 받기 위해 제한적인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천재 골프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 '장타 소녀' 등의 별명과 함께 일찌감치 각광을 받은 그였지만 현재는 10대 때의 천재성을 잃은 모습이다.
침체의 이유로는 너무 잦았던 이벤트 성 성대결 대회 참가와 학업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 미셸 위는 "이제 두 학기 남았다. 내년 봄이면 모든 학점을 이수하게 돼 졸업한다"고 말했다.
미셸 위의 전공은 커뮤니케이션학. 그는 "학교 다니면서도 운동을 많이 했다. 공부하느라 성적이 안 나온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졸업 이후에는 골프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미셸 위가 사고방식까지 철저한 미국인이었다면, 스탠퍼드를 중퇴하고 '골프 황제'로 등극한 타이거 우즈처럼 골프를 위해서 학업을 중단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교수 아버지와 미스 코리아 출신 어머니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미셸 위. 학벌을 중요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흐르고 있기에 공부에도 몰두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피겨 여왕\' 김연아. 연합뉴스
1990년대 전까지 활약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대학 전공을 보면 체육 관련 학과보다는 법학과 경영학이 압도적으로 많다. 1980년대까지는 법학과 경영학이, 1990년대 초반에는 신문방송학과를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1990년 대 중반부터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판, 검사나 CEO 동기생을 많이 두었다는 자부심과 빛나는 졸업장 보다는 은퇴 후에 자기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체육 관련 학과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
최근 들어서 체육 특기자는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하는 것으로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스포츠 스타들도 일생 동안 자기 특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단국대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 중인 '마린 보이' 박태환. 연합뉴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 여건상 이런 '슈퍼맨'이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고졸 출신이라도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자는 움직임이 금용권에서 시작돼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세상 추세가 이럴 진대 그 어느 분야보다 진짜 실력이 우선시 되는 스포츠에서는 앞으로도 겉만 번지르르 한 학벌에 매달릴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