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강경 보도지침도 ‘언론 자유’ 못 꺾었다
7월 29일 심야의 보도지침으로 달라지기 전후의 신징(新京)보 30일자 1면. 지침을 받기 전(왼쪽)에는 ‘사망 배상금이 91만5000위안(약 1억4900만 원)으로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으나 지침을 받은 후에는 베이징 비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하고 있다.
▶본보 7월 30일자 A1면 참조
A1면 보도지침 거부, 할말 하는 中언론?
○ 다시 하달된 초강경 보도지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궈징잉(中國經營)보는 이날 밤 늦게 7개 면에 걸쳐 준비된 기사를 취소하고 다른 기사로 대체했다. 21스지징지바오다오(世紀經濟報道)는 12개 면, 신징(新京)보는 9개 면을 다른 기사로 대체했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신문도 최종 기사마감 시간 직전에 1면에서 고속철 관련 기사를 빼거나 줄였다고 한다. 공산당의 논조를 충실히 반영하는 기사를 작성했던 관영 신화(新華)통신까지도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사고 관련 기사의 분량을 줄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고 직후에도 보도지침이 내려왔지만 이날 선전부의 보도지침이 훨씬 더 강력했음을 보여준다.
○ 일부 언론, 보도지침 다시 거부
보도지침을 거부한 징지관차(經濟觀察)보 1일자. 1면(오른쪽)에 ‘철도부를 해부한다’는 제목의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고, 고속철 사고를 다룬 8개면 특집판을 냈다. 특집 첫 페이지 제목은 ‘원저우, 기적은 없었다’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언론인들의 반발과 수난
분노한 기자와 편집자들은 게재하지 못한 기사와 편집본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올리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한 기자는 “오후 10시 텅 빈 면들을 채우라는 지시를 받았고, 밤 12시 더는 견딜 수 없어 울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는 홍콩 언론에 이 사고를 계속 추적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둥(廣東) 성의 한 기자는 “독재자들은 언론을 누르면 대중의 분노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데 이번에는 그들이 틀렸다”고 말했다.
이 사고를 비판 보도해 정직당한 중국중앙(CC)TV 왕칭레이(王靑雷) PD는 자신의 웨이보에 “강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폐단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기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나라는 아직 혼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홍콩기자협회는 지난달 30일 “중국 당국은 보도지침을 철회하고, 기자들에게 보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성명을 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