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살았던 동네에 산사태라니…” 60대 의왕서 달려와
적십자 구호품 지원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는 이틀간 수도권에 집중된 폭우로 발생한 이재민 구호를 위해 응급구호품 1000세트를 사고 현장에 보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중부지방에 기상관측(서울 기준 1907년) 이래 가장 많은 폭우가 내린 다음 날인 28일 오전 주부 최인옥 씨(56·여)는 일어나자마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그의 집은 이번 폭우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서초구와 강남구 등 다른 지역 피해 소식에 밤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
우면산 산사태로 폐허가 된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아파트 앞길로 배치받은 최 씨는 이날 하루 종일 삽을 들고 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와 나무를 치웠다. 최 씨는 “현장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황이 심각했다”며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이곳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한편으로 희망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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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는 27일 오후부터 ‘수해 복구에 동참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센터는 봉사 희망자들에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안내한 뒤 일손이 부족한 지역부터 배치하고 있다. 27일 밤부터 250여 명의 시민이 긴급 구호활동에 나섰고, 28일 오전에도 300여 명이 추가로 우면산 주변을 비롯해 관악산 일대와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인근에서 구호 작업에 참여했다.
7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도 28일 오전부터 이재민을 돕겠다는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몰렸다. 장상순 씨(62)는 “14년 동안 이곳에 살다 경기 의왕시로 이사 갔다”며 “내가 살던 곳이 산사태로 뒤덮였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자원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새마을부녀회도 27일에 이어 28일 오전부터 우면산 인근 남부순환로에 대형밥차를 세워두고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40여 명의 회원은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과 복구 인력 1200여 명에게 쌀밥과 북엇국, 라면 등을 제공했다.
박춘선 부녀회장(65·여)은 “이재민뿐 아니라 빗속에서 이틀째 고생 중인 소방대원이나 군인들이 모두 우리 아들 같아 안쓰럽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돕는다면 더 빨리 구호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재난 현장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소방대원과 군인, 경찰들도 각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육군은 28일 우면산 일대와 강원 춘천시 신북읍 등 수해지역에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등 병력 3만5000여 명을 투입했다. 굴착기, 덤프트럭 등 군 장비 60여 대도 지원했다. 우면동 형촌마을과 방배동 전원마을, 서초동 예술의전당 일대 등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는 병력 6000여 명과 군 장비가 긴급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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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자원봉사 참여하려면 홈페이지: volunteer.seoul.go.kr 전화: 서울 02-1365, 경기 031-1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