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만큼 왔니 - 음악 ★★★★ 연기 ★★★ 무대 ★★★ 연출 ★★★◇모비 딕 - 음악 ★★★★ 연기 ★★☆ 무대 ★★★☆ 연출 ★★★☆
어디만큼 왔니 가수 양희은 씨(위)는 자신의 삶을 다룬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에서 생활고로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청년 시절의 자신(이하나)과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며 과거와 화해한다. 인사이트 제공 (왼쪽), 모비 딕 모든 배우가 악기 하나씩은 연주하는 실험적 뮤지컬 ‘모비 딕’. 무대 위 피아노는 배의 갑판, 숙소 바닥 등 무대 공간으로 활용되고 바이올린의 활도 연주 도구를 넘어 때로는 작살로도 사용된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배우가 아니라 진짜 뮤지션을 내세운 두 편의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와 ‘모비 딕’이 공연 중이다. 무엇보다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 작품이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꿈을 깨듯 현실로 돌아오는 대부분의 뮤지컬과 달리 여운이 제법 긴 것은 바로 음악의 힘이다.
‘어디만큼 왔니’는 가수 양희은 씨(59)가 올해 데뷔 40년을 맞아 마련한 기념 공연이다. 2004, 2005년 자신의 삶 이야기를 콘서트에 녹인 ‘언제나 봄날’ 공연을 한층 뮤지컬에 가깝게 발전시켰다. 양희은 씨 자신이 본인의 어린 시절과 중년 이후 모습을 연기하고 극중 ‘아침이슬’ ‘한계령’ ‘못다 한 노래’ 등 대표곡 13곡을 부른다. 배우인 동생 양희경 씨(57)는 동생 역과 극의 해설가, 어머니, 학창시절 언니의 선생님까지 1인 다역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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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만큼 왔니’가 친숙한 노래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의 감수성을 휘젓는다면 ‘모비 딕’은 예상을 뛰어넘는 뛰어난 연주로 관객을 감탄하게 만든다. 뮤지컬 평론가로 잘 알려진 조용신 씨의 연출 데뷔작인 이 작품은 ‘백경(白鯨)’으로 알려진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을 내세운 실험적인 작품으로 모든 배우가 노래하고 적어도 하나 이상의 악기를 연주한다. 특히 두 주인공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 씨와 작살잡이 퀴퀘그 역의 이일근 씨의 연주가 발군.
신지호 씨는 자신이 작곡, 편곡, 연주한 앨범도 두 장이나 내고 오케스트라 협연 경력도 있는 전문 피아니스트다. 그가 배 위에서 바닥을 쿵쿵 구르며 경쾌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의 잔상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 최초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로 다수의 콘서트 경력이 있는 이일근 씨의 바이올린 연주는 현란함 자체. 기타처럼 스트링을 튕기며 연주도 하고 작살을 던지는 장면을 바이올린 연주로 표현하기도 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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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어디만큼 왔니’는 8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8만∼10만 원. 02-541-7110 ‘모비 딕’은 8월 2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4만 원.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