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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신간소개]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입력 | 2011-07-12 17:30:02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프라이드치킨, 한 판을 다 먹으면 지구 한 바퀴 이상을 뛰어야 될 만큼 열량이 높은 피자,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에 자꾸만 손이 간다. TV와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폭력과 살인 등으로 자극적인 것들이 난무한다.

◇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 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 이순 / 268쪽 / 13800원

하버드 의과대학의 진화심리학 교수인 디어드리 배릿의 신간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원제 Supernormal Stimuli)는 기름진 음식과 카페인, 포르노그라피, 멜로드라마, TV 등 ‘초정상 자극’을 선호하는 인간본능의 비밀을 파헤친 책이다.

원래 ‘초정상 자극’ 이란 용어는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 니코 틴버겐이 만들었다.

배릿 교수는 인간본능과 인간이 창조한 환경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설명하기 위해 틴버겐의 ‘초정상 자극’ 개념을 가져와 초정상 자극들이 어떻게 비만, TV와 게임 중독, 그리고 지난 세기의 광포한 전쟁들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설명했다. 진짜보다 더 과장된 모조품이 더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정작 뱁새는 자신의 알보다 크고 흰 뻐꾸기 알을 품는다. 남성들이 과장된 성관계를 보여주는 포르노에 집착하거나, 여성들이 과대 포장된 연애담으로 점철된 멜로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이 모두 ‘초정상 자극’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또한 거위가 자신의 알은 팽개치고 색, 크기, 무늬를 과장시켜 만든 모형알을 품는 것이나, 빨간색 배를 가진 물고기를 잠재적 공격 상대로 여기는 큰가시고기가 우체국 트럭을 보고도 공격 태세를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행위들이 지능 낮은 동물들의 반사본능 같지만, 그렇다고 웃을 일은 아니다. 배릿 교수의 말대로 “인간 역시 화려한 뻐꾸기 알에 속는 뱁새와 다를 바 없기”때문이다.

‘귀여움’의 과장된 진화도 초정상 자극의 한 예다.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큰 눈, 통통한 팔다리 등 동물들의 새끼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들은 부모에게 양육 본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귀여움을 한껏 발휘한 외모이다. 귀여움에 대한 편애는 날이 갈수록 강해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세월이 갈수록 더 어려지고, 초기에는 실제 곰과 비슷하게 생겼던 테디 베어도 아기와 같이 이마가 크고 주둥이가 짧은 모양으로 변해갔다.

귀여움에 끌리는 것이 왜 ‘위험한 자극’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저자가 책 속에 제시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저자는 ‘'카와이(귀여운)’에 집착하며 지상에서 가장 귀여운 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이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컴퓨터 속에서 한밤중에도 때가 되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귀여운 포켓펫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 이치로 따지자면, 노인과 아기의 비율이 변할 때에는 얼마쯤의 자원을 아기들에게서 노인들에게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본능은 귀여운 어떤 것을 보살피라고 재촉할 때처럼 큰소리로 노인들을 보살피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 과장된 공격성과 같은 자극들의 위험성은 더욱 직접적이다. 질병과 전쟁까지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환경을 스스로 설계해 자연이 우리를 설계하던 그때의 환경에 보다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고, 우리 주변에 불가피하게 남아 있는 초정상 자극들을 인식하고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초정상 자극에 그대로 휘둘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인간은 지능이 높아 문명의 휘황찬란한 덫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나온다” 고 강조한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대부분의 위기들은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드는 것’에 그 열쇠가 있다. 우리는 ‘이런, 내가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석고 알을 품고 있잖아’라고 자각하고, 알 위에서 내려올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 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 이순 / 268쪽 / 13800원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