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강한 안중근 사형, 하늘도 애통”“마음 약한 이토, 조선에 유연한 정책”
《“오늘 드디어 안중근의 사형을 집행했다. 아침부터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것 같다.”(‘안중근의 사형 집행’, 지지·時事신보, 1910년 3월 27일) “나는 여기서 안(安)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심히 애석하다. 의지가 강한 사내이기 때문에… 오해로 똘똘 뭉친 나머지 흉악한 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을 것이다.”(‘안중근 등의 공판’, 도쿄아사히신문, 1910년 2월 15일)》
안중근 의사. 동아일보DB
일본의 여성운동가인 나이토 시즈코(內藤千珠子·38) 오쓰마여대 준교수는 최근 번역된 저서 ‘암살이라는 스캔들’(역사비평사)에서 “안중근은 일본제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그의 당당한 모습 자체가 강인하고 우월한 남성적 존재로 일본인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안중근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던 당시 일본 신문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연약하고 열등한, 여성적 존재로 묘사했다. 고종의 헤이그 밀사 사건 때 만조(萬朝)보는 “마음 약한 이토 통감”(1907년 7월 27일)이라고 비판했고, 그의 사망 이후에도 “유연한 정책을 주장해 (일본)동포의 불평과 반대를 사기도 했다”(1909년 10월 31일)며 한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이토에 대한 비판도 보도했다.
저자는 ‘여성적’인 이토에 대한 불만이 ‘남성적’인 안중근에 대한 선망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는데 이 때문에 이 책은 일본 출간 당시 논란을 일으켰다.
저자는 “일본은 우월한 남성으로, 조선은 명성황후로 대표되는 열등한 여성으로 표현함으로써 ‘강한 남자가 약한 여자를 지배한다’는 논리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합리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