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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한조각 한조각 장인의 손길… 타일 모자이크, 예술로 나다

입력 | 2011-07-08 03:00:00

이탈리아 아트 모자이크 브랜드 ‘씨치스’




씨치스는 벽화는 물론 바닥, 욕조, 수영장, 마네킹 등 면적이 있는 모든 곳에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씨치스 쇼룸 모습. 씨치스 제공

작은 조각들이 만들어낸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는 선명하고 정교했다. 눈, 코, 입은 물론이고 얼굴 표정에 담긴 느낌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여름,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난 아야소피아 성당의 모자이크 벽화는 그랬다. 이스탄불이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던 시기에 만들어진 아야소피아 성당의 벽화는 황금색 빛깔도 황홀했지만 작은 조각들로 마치 그림을 그린 듯 세밀하게 표현해 낸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올해 아야소피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국에 상륙한 이탈리아 아트 모자이크 브랜드 씨치스를 만난 것이다.

100% 이탈리아에서 제작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씨치스 쇼룸은 갤러리 같다. 정식 이름도 ‘아트 갤러리’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모자이크 작품을 대하는 것이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여러 작품은 그림처럼 세밀하고 또 선명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조금씩 다른 빛깔을 가진 조각들이 촘촘히 박혀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고 있다. 화려한 꽃 그림을 비롯해 기하학적인 무늬에 메릴린 먼로까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벽화뿐 아니라 바닥, 조명, 욕조 등 평평하든 굽었든 타일을 붙일 수 있는 면적만 있다면 모두 작품으로 변신시켜 놓았다.

씨치스 제품은 100% 이탈리아에서 만든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는 그림은 기계로 제작하지만 예술성 높은 정교한 작품은 모자이크 전문가들이 손으로 만든다. 말 그대로 ‘이탈리아 장인이 한 조각 한 조각’ 붙여 만든 것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인도 등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거부하고 오로지 ‘Made in Italy’를 고집하고 있다. 씨치스를 들여온 하농의 이정빈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제품을 크게 조각을 낸 뒤 운반해 원하는 곳에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원하는 그림만 있으면 다양한 크기로 얼마든지 주문 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자이크 타일을 만드는 데는 유리, 대리석, 백금, 진흙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타일에는 천연미네랄이 80% 들어 있게 만들어 색상이 아름다고 또렷한 것이 특징이다. 씨치스가 개발해 낸 타일의 색상은 1000개가 넘는다. 지금도 각종 재료로 새로운 색상과 패턴의 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씨치스가 잡지 표지(왼쪽)를 그대로 타일로 재현해 만든 작품(오른쪽). 씨치스는 타일로 어떤 그림이든 다 표현할 수 있다. 씨치스 제공


성당 벽화에서 영감 받아 탄생

씨치스는 1987년 설립됐다. 회사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라벤나는 모자이크로 유명한 도시다. 5, 6세기 라벤나의 장인들은 붓 대신 돌이나 유리 조각을 하나하나 짜 맞춰 만든 아트 모자이크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라벤나에 있는 산비탈레 성당 내부는 화려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산비탈레 성당 외에도 라벤나에 있는 많은 건축물은 모자이크로 꾸며져 있다. 라벤나에는 지금도 모자이크를 보고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라벤나의 모자이크 아카데미에서는 모자이크 장인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씨치스는 산비탈레 성당의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벽화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씨치스는 서울을 비롯해 로마, 밀라노, 뉴욕, 파리, 두바이, 모스크바, 뉴델리, 도쿄 등에서 쇼룸을 운영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두바이의 특급호텔인 부르즈알아랍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센추리시티 등에 씨치스 제품이 있다. 한국은 경기 용인시 래미안동천 커뮤니티 시설의 스파 내부가 씨치스의 화려한 꽃무늬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이 대표는 “씨치스는 가구를 비롯해 주얼리 등으로 작품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