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쿨∼ 삼총사… 눈짓만으로도 통해요”
컨템포러리발레 공연 ‘플라잉 레슨’에 함께서는 발레리나 김세연, 김지영, 임혜경 씨(왼쪽부터). 사진은 김세연 씨의 네덜란드국립발레단 동료가 찍었고 의상은 이번 공연 의상을 디자인한 패션디자이너 이재환 씨가 제공했다. Tycho. H 제공
6일 오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현지에서 안무가와 2주 가까이 작품 연습을 하고 귀국한 세 사람을 만났다. 피곤할 법도 한데 발레리나들은 5분마다 한 번씩 웃음을 터뜨렸다. 눈짓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절친한 사람들이 모인 덕분이다. 셋의 특징을 ‘쿨함’으로 요약한 김세연 씨는 “자기 일 자기가 알아서 잘하고, 스스로 헤쳐 나가고…. 그런 면이 잘 맞아서 공연도 같이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들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세연 씨가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며 당시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임 씨를 만났다. 같은 해 김세연 씨와 김지영 씨가 미국 잭슨콩쿠르에서 만났고 이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임 씨와 김지영 씨는 예원학교 선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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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김세연 씨가 주도해 성사됐다. 지난해 김 씨가 출연했던 단편예술영화 ‘퍼스널 스페이스’를 보고 이번 공연을 주최한 LIG문화재단에서 공연 제안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좁은 상자 속 춤을 열린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예 새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안무한 네덜란드의 피터 령 씨가 설치미술가 조민상 씨의 키네틱아트 ‘플라잉 레슨’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명의 신작을 안무한 것. 조 씨는 ‘플라잉 레슨’과 령 씨의 또 다른 신작 ‘나를 마셔, 나를 먹어’의 무대 세트 디자인을 맡았다.
“안무가, 같이 춤출 파트너 섭외, 홍보영상 찍는 작가 섭외까지 전부 세연이가 했어요. 성격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낙천적일 줄은 몰랐어요. 저 같으면 스트레스로 벌써 위궤양에 걸렸을 텐데….”(김지영 씨)
공연에는 세 사람이 공동 출연하는 ‘플라잉 레슨’을 포함해 여섯 작품이 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나를 마셔…’는 에임스 방(ames room·벽 양쪽 끝에 선 두 사람 중 한 명이 훨씬 더 거대하게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방)을 무대 위에 재현한 작품. 김지영 씨와 김세연 씨가 자매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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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세 사람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김세연 씨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을 그만뒀다. 이번 공연이 첫 ‘홀로서기’이자, 그동안 활동하며 쌓아온 인맥과 경험을 총동원한 무대인 셈이다. 임 씨는 이번 공연이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 고별무대 이후 첫 국내 무대다.
최근 라틴댄스 공연에 서는 등 다양한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김지영 씨에게는 “새로운 움직임을 경험해 볼 기회”다.
안무가와 함께 춤출 발레리노들이 10일 입국하면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다. 공연을 약 3주 앞둔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출사표를 냈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자꾸 해야 저에게도 계속 발전이 있죠. 안무가들도 다 젊고 신인급이지만 도전하는 거예요.”(김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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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공연이라 해외 무용 페스티벌에도 출품해볼 생각이에요.”(김세연 씨) 1만∼7만 원. 02-6900-390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