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이로써 주연급 형들(대검찰청 검사장들)의 줄사표 소동과 조연급 동생들(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의 긴급모임 등으로 우당탕거렸던 옴니버스 부조리극의 막이 내렸다. ‘검찰의 집단반발’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연극에 냉소적 눈길을 보낸 건 압도적인 표차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만이 아니다. 관객인 국민의 절반 이상(51.6%)이 ‘밥그릇 지키기 시위’라고 혹평했다. 검찰 의견에 찬성한다는 국민은 10명 중 3명(32.9%)이었다. 무응답이 15.5%.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검찰의 위기다. 사실 검사들이 못 들은 척해서 그렇지 위기의 경보음은 진작 울려왔다. ‘스폰서 검사’니 ‘그랜저 검사’니 최근의 불미스러웠던 사건을 들먹일 것도 없다. 고객인 국민의 직접적인 평만 보자.
“마음 같아선 경찰에 줄 건 주고 싶다. 다만 후배들 보기가 미안해서….”
‘긴급모임’에 참석했던 한 부장검사의 푸념이다. 이 말에서 총장 사퇴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국민이 아니라 후배들 보기 미안해 물러난다는 것. 검찰 간부들의 집단행동도 이 안쓰러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을 걱정한 게 아니라 후배 검사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여러 소리 할 것 없다. 검찰의 위기는 조직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검찰을 위한 검찰인 것이다. 더러 국민의 검찰이라는 칭송도 받고, 때로 정권을 위한 검찰이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검찰은 늘 스스로를 위해 존재해 왔다. 수사권 조정을 소비자인 국민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검사의 수사지휘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 걸 두고 하찮은 경찰과 대등해진다고(실제로는 여전히 상하관계지만) 화낼 게 아니라 경찰처럼 성명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재경지역 한 검사장은 검찰의 위기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독점기업의 폐해에 빗대 진단했다. 독점의 권력에 취하다 보니 고객에 대한 봉사정신이 사라지고 지속적 발전을 위한 내부 혁신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사들의 수사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mairso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