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조연, 보컬트레이너 ‘사람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
대전여고 3학년 김세미 양(오른쪽)은 최근 서울 중구 파워보컬사운드에서 보컬트레이너 노영주 씨를 만났다. 김 양은 인터뷰를 마치고 노씨에게 직접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 양과 노 씨.
○노래 잘하면 가수? 편견을 버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에 재능 있는 많은 학생이 가수라는 직업을 꿈꿔요. 하지만 모두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경험해 보면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보컬트레이너는 이런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직업 중 하나죠.”
노 씨는 고교생에게 생소한 직업인 보컬트레이너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보컬트레이너는 ‘가수가 노래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이다. 운동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뛰는 시간보다 훈련시간이 많듯 가수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보컬트레이너는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산파와 같은 존재다. 바이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하는 법, 리듬을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보컬트레이너의 일이다.
광고 로드중
노 씨는 국내 보컬트레이너 1세대다. 그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국내에는 보컬트레이너란 용어 자체가 없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보컬트레이너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 “복식호흡을 하면 왜 폐가 아닌 배가 부풀어 오르나요?” 하고 일일이 물으며 ‘음성병리학’을 공부했다. 세스릭스라는 유명 보컬트레이너가 쓴 책을 보고 무작정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나기도 했다.
“보컬트레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김 양)
“노래를 잘하는 건 기본이겠죠? 노래를 가르치려면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도 있어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음성병리학적 지식도 필요한데요.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전문적으로 이해해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희 파워보컬사운드 같은 경우는 자체적인 보컬트레이너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보컬트레이너, 빛나는 무대 뒤의 조연!
광고 로드중
“상투적인 표현 같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에요. 노래는 가슴에 담긴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그 전에 자신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 감정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내겠어요.”
노 씨는 보컬트레이너로 가장 보람 있던 순간으로 2년 전 공연을 떠올렸다. “2년 전에는 ‘비욘드 더 드림(Beyond the Dream)’이라는 자선공연을 했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가수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플라이투더스카이, 휘성, 윤하, 린, 씨야, 다비치 등 많은 제자들이 선뜻 와줬어요. 그들이 대중의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는데 뿌듯하면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보컬트레이너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똑똑한 선생님이 가르친다고 다 명문대에 가는 게 아니듯 모든 제자가 스타가수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컬트레이너는 제자들이 성공한다고 해서 목에 힘을 줄 수가 없어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없고 늘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광고 로드중
김 양은 보컬트레이너를 꿈꾸는 고교생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전문적인 음악공부는 대학에 가서 해도 늦지 않아요.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세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