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30일 미 국방부 청사 앞 리버 테라스 퍼레이드 광장에서 열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이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을 떠나보내는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임식장에서 게이츠 장관도 사전에 눈치채지 못하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이벤트를 선물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발탁해 국방장관이 된 게이츠 장관은 ‘구(舊)시대의 인물’인데도 변화를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은 왜 그를 신임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유를 이날 연설에서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벌여 놓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비난했지만 전쟁 중에 장수(將帥)를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게이츠 장관을 전적으로 신임했다.
떠나보내는 게이츠 장관에 대한 극찬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게이츠 장관은 ‘내가 알게 되면서 존경한 사람’이었고 ‘겸손한 미국의 애국자’였으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훌륭한 공복(公僕) 중 한 사람’으로 게이츠 장관을 꼽았다.
대통령은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매일 오전 9시 30분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받는 일일보고도 이날만큼은 오전 11시로 늦췄다. 또 전날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게이츠 장관 부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과 이임식장에 입장하면서부터 시작해 이임식을 마치고 떠날 때까지 게이츠 장관 곁에서 끝까지 에스코트했다. 연설 중간에 수시로 게이츠 장관과 눈을 맞추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게이츠 장관 이임사 직후엔 오바마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동안 기립박수를 쳤다. 청중의 끊어질 듯한 박수소리도 오바마 대통령의 기립박수 때문에 계속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게이츠 장관이 대통령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비서실장인 듯 착각할 정도였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