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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기업, 희망을 이야기하다] 22년 용접 외길 ‘파워웰’

입력 | 2011-07-04 03:00:00

“원전 수명도 용접하기 나름”




연간 매출 50억 원이 넘는 알짜배기로 회사를 키워냈지만, 은종목 사장의 공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파워웰’ 본사에서 연구개발 작업을 하고 있는 은 사장의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흔히 ‘용접’이라고 하면 철공소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용접용 마스크를 쓰고 불꽃을 튀기며 쇠와 쇠를 붙이는 광경을 떠올린다. 이에 대해 박균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추진단장은 “본질적으로 용접이 열을 가해 쇠와 쇠를 붙이는 것이지만 어떤 기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용접이) 가장 기초적인 공정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공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적인 예로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용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전의 수명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용접은 선박, 자동차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TV, 시계 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 필수적인 공정이다. 용접 분야는 크게 용접에 쓰이는 용접기를 만들거나, 용접기를 포함한 용접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나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용접 분야 시장은 약 2000억 원 규모. 이 시장을 놓고 300여 개의 기업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가격 출혈 경쟁이 만연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기술력과 자금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력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파워웰’이다. 1989년 회사를 창업한 은종목 사장(54)은 “창업 당시에 용접기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수입 용접기를 국산화하자는 목표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은 사장의 말에 따르면 용접은 ‘복합 과학’이다. 그는 “용접 대상인 금속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금속공학 관련 지식,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전기공학 관련 지식, 용접기라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계공학 관련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며 “평범한 용접기를 만드는 것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지만, 고가의 특수 용접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금속, 전기, 기계와 관련된 기술이 모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함보다 얇은 금속을 이어 붙일 때도, 원전에 쓰이는 거대한 파이프를 매끄럽게 이어 붙어야 할 때도 용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은 사장은 “공정에 따라 용접 원료, 전류 및 가스 투입 시기 등이 다 다르다”며 “제조 공정별로 맞춤형 용접기 및 용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매출 70%가 수출… 태양광 용접기술 도전 ▼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파워웰은 사업 초기부터 남들이 가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당연히 연구개발(R&D)을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파워웰은 1991년 부설연구소를 개설해 R&D에 집중했고,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은 사장은 연세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건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경영자지만 기술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라며 “석·박사 과정을 통해 다양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접해볼 수 있게 되면서 회사 R&D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R&D를 통해 파워웰은 플라스마 용접기, 자동차 판금용 스폿 용접기 등 신제품을 만들어 냈다. 액화천연가스(LNG) 탱크용 용접기 시장은 파워웰이 95%가량 점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연간 50여억 원 규모인 매출의 70%가량이 해외 수출에서 나온다.

현재 파워웰이 R&D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해저플랜트용 용접기다. 바닷속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파이프와 탱크를 용접해야 하는 이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국산 용접기가 없는 상태. 은 사장은 “국내 중공업 회사들이 해저플랜트 분야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두 비싼 수입 용접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산화에 성공하면 회사의 매출 증대는 물론이고 국내 중공업 회사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 탐구하고, 실제 제작에 접목해 보는 노력이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기술에 용접 기술을 접목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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