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관계자는 4세대(4G) 이동통신(롱텀에볼루션·LTE)용 연구개발(R&D) 과제(베이스밴드 모뎀칩)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이의신청을 20일 산하 R&D전략기획단이 기각 결정을 내린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경부 R&D전략기획단의 최종 판단에 정부가 일일이 ‘감 놔라 배 놔라’ 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퀄컴 등에 맞서 통신용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691억 원의 국비를 투입하는 대규모 R&D 사업이다. 삼성전자 컨소시엄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퀄컴과 맺은 특허권 계약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지경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이번 R&D 과제로 최종 개발된 베이스밴드 모뎀칩을 해외에 내다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23일자 B6면 ‘퀄컴 특허 논란’ 국책 R&D사업 마침표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의신청을 기각해 사업자가 확정된 이후에도 지경부와 산하 R&D전략기획단은 퀄컴 특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사업자로 선정된 LG전자 역시 퀄컴과 맺은 ‘비밀유지계약(NDA)’을 들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용화 여부가 걸린 핵심 사항에 대해 정부와 사업자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자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퀄컴 특허권 문제를 미리 인지하지 못한 실수를 덮기 위해 관련 내용을 그냥 묻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본보 취재 결과 지경부 R&D전략기획단이 특허권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 시점은 삼성전자 컨소시엄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인 지난달 중순이었다. 지경부는 사업자 선정을 발표한 지난달 말 이전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