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에겐 피땀 흘려 지켜준 나라…손자손녀에겐 무료 유학 되갚는 나라
국가보훈처와 한국외국어대 후원으로 올해 4월부터 한국에서 공부 중인 6·25 참전용사 후손들이 23일 육군부사관학교를 찾았다. 왼쪽부터 피터르 마킬스, 라우라 헨드릭스, 멜레사 제네브워크 벨레이나, 후안 카를로스 로지노 아르구엘로 씨.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1952년 9월 네덜란드인 니콜라스 스쿠트마클 씨(83)는 한 달이 넘는 항해 끝에 난생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군인 5322명 중 한 명. 그해 겨울 경기 연천군 티본고지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엉덩이에 입은 파편 상처는 그만의 훈장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로부터 59년 만인 2011년 4월, 이번에는 그의 외손자 피터르 마킬스 씨(27)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을 돕기 위해 왔던 할아버지와 반대로 마킬스 씨는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외국어대에서 공부를 한다.
국가보훈처는 한국외국어대와 함께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킬스 씨를 비롯해 미국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태국 터키 등에서 온 1기 참전용사 후손 19명은 내년 4월까지 한국외대에서 한국어 연수를 거친 뒤 이듬해부터 희망하는 학위 과정을 각각 밟게 된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은 학교에서 지원하고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 태국 등 저소득 국가 출신 학생들은 한국전쟁기념재단에서 한 달에 최대 50만 원의 생활비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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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구엘로 씨는 “할아버지는 최근까지도 2, 3년에 한 번씩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에 애착이 크다”며 “올 때마다 한국이 더 발전해 있어 놀랍다던 할아버지의 말씀을 이제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제 자신들의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게 됐다는 이들은 길게는 5년 정도 한국에 머물며 공부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과의 인연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다고 했다. 아르구엘로 씨는 “사회학과 인권 분야의 석사 학위를 딴 뒤 내전으로 고통받는 고국으로 돌아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외대 측은 “국가 이미지 개선 효과 등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매년 20여 명의 지원자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순천향대도 한국전쟁기념재단과 함께 2학기부터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어학 코스부터 대학원 과정까지의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 화천군 역시 화천전투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장학금과 체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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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