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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 한국 전통문화에 감탄사

입력 | 2011-06-21 14:00:38


"이렇게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벽안의 손님이 찾았다. 사진전 '순례자의 길' 홍보차 20일 방한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62)가 방문한 것.

아내, 아들과 함께 조계사를 방문한 리처드 기어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지현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조계사 경내를 둘러봤다.

대웅전과 앞마당을 메우고 있던 신도들은 세계적인 스타 배우를 따뜻한 박수로 맞았으며, 리처드 기어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지으며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날 조계사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그는 먼저 조계사 대웅전에 들어가 절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서원을 적는 원적부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리처드 기어는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리처드 기어는 준비해온 꽃다발과 티베트에서 찍은 사진을 자승 스님에게 선물로 증정했고, 자승 스님은 도자기 향로 3개와 템플스테이할 때 입을 수련복, 염주를 선물했다.

자승 스님이 "꽃다발은 제가 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리처드 기어는 "이미 꽃다발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리처드 기어는 "아내가 도자기를 만든다"고 소개했으며 부인인 케리 로웰은 연꽃 모양의 도자기 향로를 보면서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을 연발했다.

리처드 기어는 또 선물로 받은 염주를 팔에 끼며 "염주알이 몇 개냐"고 묻는 등큰 관심을 보였으며, 기자들에게 "오늘 몹시 더운데 목마르지 않나요? 다들 괜찮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자승 스님이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하치이야기'에 대해 "불교의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말하자 리처드 기어는 "하치이야기를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워하면서 "처음 (대본을)봤을 때 감동 깊어서 마치 아기처럼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하치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을 불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으로 느낀다"면서 "스님들이 선방에서 깨달음을 추구하지만 사실 깨달음은 온전히 그대로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며 내공을 과시하기도 했다.

자승 스님과 환담을 마친 그는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불교중앙박물관을 둘러봤다.

금동관음보살상을 본 그는 "뷰티풀"을 외쳤으며, '초조본 불설가섭부불반열반경'이 11세기 최초로 만들어진 대장경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처음 만들어진 것이냐? 와우(wow), 와우"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불교 유물들을 둘러보면서 "중국, 티베트 탱화와 한국 탱화가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다르냐" "얼마나 오래됐느냐" "언제 만들어졌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박물관 투어에 이어 탁본 체험을 한 리처드 기어는 "예전에 몽골에 갈 때 한국을 지나간 적은 있지만, 한국에 머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조계사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 사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불교를 통해 처음 불교를 접할 수 있었는데 선불교인 조계종에 온 것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한국 불교가 오래된 전통이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오랫동안 힘을 갖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다.

리처드 기어는 전통 사찰 음식점에서 자승 스님 등 스님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다음 달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사진전 '순례의 길'의 행사 일정에 맞춰 가족과 함께 방한한 리처드 기어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 사진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23일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와 대구 동화사를 방문, 한국의 전통 사찰 문화를 체험하고 24일 인사동, 비원 등을 둘러본 뒤 25일 출국할 예정이다.

리처드 기어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삼아 30여 년간불교 수행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티베트 독립 지원, 에이즈 예방·퇴치 운동에도 앞장서왔다.

디지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