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 중계무역업체 A 사는 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에 걸쳐 7626억 원을 빼돌렸다. 이 회사는 국내 석유화학 회사와 해외 석유화학 회사 간에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 무역을 중계해왔다. 최근 관세청 서울세관에 불법 거래가 적발돼 외국환거래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재산 국외도피 및 자금세탁 혐의 등을 적용받아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A 사는 제3자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실체도 없는 이 유령회사가 중계무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실제로는 한국에 있는 A 사가 사업을 했지만 서류상에는 홍콩 회사가 매출을 일으킨 것처럼 만든 것이다. 그 뒤 홍콩 페이퍼컴퍼니로 들어온 이익금으로 싱가포르에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이 회사의 계좌로 A 사의 중계무역 이익금을 빼돌린 것이다. 한국 정부에 내야하는 세금 대부분을 해외로 빼돌려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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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또 A 사가 국세청에 5년에 걸쳐 매출액 2조 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이 회사가 대형 정유회사 2곳의 임원들에게 3억 원의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발견해 검찰에 알렸다.
50대 초반의 한국인 대표이사 B 씨는 과거에 외국계 무역업체에서 근무하며 쌓은 거래처 네트워크와 경험을 살려 2001년 A 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는 정상적인 회사로 꾸미기 위해 현지에 직원 서너 명을 보내 영업활동을 한 흔적을 보였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A 사가 세정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폐업 처리한 것으로 안다"며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를 정상적인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