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마치고 선수단 중 가장 빨리 라커룸에서 나오던 홍명보호 ‘캡틴’ 홍정호(제주·사진)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믹스트존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다가왔다.
올림픽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구자철(볼프스부르크)에게서 물려받은 주장 완장을 차고 뛴 첫 공식 경기. 홍정호는 홈에서 열린 요르단과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어설펐던 패스 미스로 선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주장) 신고식 제대로 했다. 내 실수만 아니었다면 완벽한 내용과 결과가 나왔을 텐데”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홍정호에게는 패스 미스로 인한 기분 나쁜 트라우마가 있다. 2009년 U-20 청소년월드컵 가나전에 이어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 3∼4위 전에서패스 미스로 또 골을 내줬다.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이날 요르단전까지 합치면 각급 무대 세 번째 패스 미스와 연계된 실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아픈 과거는 잊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도 크다. 속으로 울며 맞이한 후반전 때도 애써 태연한 척 했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홍정호는 “솔직히 계속 실수 장면이 떠올랐다”면서도 “요르단 원정에선 무조건 첫 실점은 피해야 한다. 더 이상 실수의 반복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상암|남장현 기자(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