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식기의 스탬프… 화려한 족보가 빛을 발한다
로열 코펜하겐의 연도별 스탬프 표기법.
하지만 이런 질문은 지나간 기억이 되어 버렸다. 요즘엔 어떤 스토리를 가진 물건인지, 혹은 제품의 브랜드나 제조사가 어떠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때로는 전문가를 자부하는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수집가들도 만나게 된다.
○ 그릇 아래 스탬프를 보라
옛 물건들을 수집하다 보면 당연히 그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나 탄생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런 정보를 찾는 대표적인 방법에는 수집가를 위한 연감이나 도감에서 비슷한 물건을 찾거나, 물건 자체의 뚜렷한 시대적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이 있다.
테이블웨어를 수집하는 이들은 습관적으로 제품 바닥에 찍혀 있는 스탬프를 확인한다. 스탬프는 우선 그 제품의 브랜드 이름을 알려준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때로는 디자이너의 이름 이니셜이 함께 새겨지기도 한다. 제품 라인의 이름이나 해당 라인의 몇 번째 제품인지를 알려주는 상세한 정보가 들어가기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탬프의 모양과 내용, 숫자가 제품의 정확한 나이를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많은 테이블웨어 브랜드는 스탬프의 모양 또는 컬러를 매년 조금씩 수정하거나, 일정 기간을 주기로 변형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그 덕분에 백 살이 넘은 제품들을 스탬프 모양만으로 가려낼 수 있다.
노리타케(Noritake)는 일본의 역사 깊은 테이블웨어 브랜드다. 이 회사의 제품 중에는 이니셜 N과 함께 M이 들어 있는 것들이 있다. N은 짐작대로 노리타케의 머리글자다. M은 창업자인 모리무라(Morimura)의 이니셜이다. 이니셜 M은 1953년까지만 사용됐다. 알고 보니 재미있지 않은가?
○ 제작 연도가 나와 있지 않다면?
▲뢰스틀란드의 티투스(Titus) 화병 스탬프. 이 화병은 1963∼1971년 스웨덴 뢰스틀란드에서 활동했던 스타 디자이너 울레 알베리우스(1926∼1993)의 작품이다. 바닥 스탬프를 통해 1966년경에 제작되었다는 힌트와 손으로 채색한 제품이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스웨덴 회가나스의 스탬프로 1956∼1976년 제작된 제품에 사용됐다.
H 밑에 막대가 있다면 1967년에 생산된 제품이다. 이렇게 막대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제품이라고 해도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비단 테이블웨어뿐만이 아니다. 어떤 대상이든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작은 비밀을 하나둘 알게 되고 결국에는 큰 지식을 얻을 수 있다.
P.S 오래된 식기를 수집하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물론 필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예쁜 그릇을 유리장식장 안에 넣어두고 감상만 하지 않고 실제로 음식을 담아 먹어보고, 차를 따라 마셔보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인 마케터 helsinki@plus-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