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한 평화 전도사들한반도 평화 기원의 밤 연다
광복절인 8월 15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콘서트를 여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씨(가운데 지휘봉 든 사람)와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크레디아 제공
이스라엘인인 바렌보임 씨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천재형 피아니스트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변신한 주인공. 그는 1984년 프랑스의 파리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찾은 이후 27년 만에,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첫 방한이다.
공연을 추진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는 “8월 10∼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치는 바렌보임과 악단 측에 ‘문명 간 이해의 메시지를 전파해온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한국의 휴전선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펼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바렌보임이 ‘뜻있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찬성했다”고 전했다.
바렌보임 씨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은 2005년 8월 팔레스타인의 수도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표적 분쟁지역인 라말라에서 무장 병력이 지키는 가운데 평화 공연을 펼쳐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바렌보임 씨는 올해 5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베를린 필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25명과 함께 평화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연대와 우의를 표하기 우해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다.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렌보임 씨가 생각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상징성은 2004년 영국 런던의 바비컨센터 공연에서 한 발언에 집약됐다. “유대인이 실수하지 않고 잘해내기를 아랍인이 간절히 바라는 광경을 다른 곳에서 보기 쉽겠는가.” 유엔 평화대사인 그는 2008년 1월 요르단 강 서안에서 연주회를 연 뒤 음악을 통해 평화운동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이스라엘인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아직 협의 중이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향곡은 ‘서로 관습이 다른 인류를 기쁨이 하나로 묶는다’는 내용을 담은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사용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