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초강세… 합격자 비율 1~4위 휩쓸어
동아일보는 ㈜하늘교육과 함께 전국 자사고와 외고, 서울지역 일반계고를 대상으로 의치한의대 합격자 수(복수합격 포함)를 조사했다. 156개교가 조사에 응했다. 그동안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교별 최상위권 학생의 경쟁력을 비교한 적은 있지만 이과생들이 선호하는 의치한 합격자 수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자사고 상위권 휩쓸어
수능 응시인원 대비 의치한 합격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교 중 6개는 자사고였다. 특히 1∼4위는 모두 자사고가 휩쓸었다. 해운대고는 수능 응시자 181명 중 64명이 의치한에 합격해 합격자 비율이 35.4%였다. 상산고 26.6%, 현대청운고 15.0%, 민족사관고 14.9%가 그 뒤를 이었다.
상산고는 수리‘가’ 기준 언어 수리 외국어 합산 점수가 전국 4위(381.88점)였고 해운대고 5위(380.22점), 현대청운고 7위(375.67점)였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자사고는 전국 단위 모집으로 우수학생이 몰릴 뿐 아니라 자연계열 비중이 높고, 국영수 위주의 수능 중심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치한 합격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외고, 서울보다 지방 합격자 많아
의치한 합격자 비율 상위 10위 안에 든 외고들은 안양외고 경북외고 등 지방 외고였다. 반면 서울지역 외고 중에는 명덕외고(4%) 한영외고(3.9%)를 제외하고는 합격자가 없었다.(서울외고는 비공개)
이에 대해 임 이사는 “경기권을 포함한 지방에는 이과 성향의 상위권 학생들이 갈 만한 학교가 별로 없다. 반면 서울에서는 이과 성향 학생들은 자율고나 과학고에 가고 문과 성향 학생들은 외고에 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외고 관계자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까 봐 의치한 합격자가 많다는 것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 이과반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지만 이과 성향 학생들이 의대를 진학하고 싶다면 준비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고들은 의치한 진학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대부분이 KAIST나 포스텍 등 이공계 학과로 진학하는 과학고의 특성상 의치한 진학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서울 ‘강남 3구’가 상위권 독식
서울지역 일반계고 207곳 중 조사에 응한 12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치한 합격자 비율이 높은 상위 10곳 중 6곳이 강남구에 있는 학교였다. 이 밖에 송파 서초 노원 양천이 각각 1곳이었다. 일명 ‘강남 3구’에다가 교육특구로 불리는 노원 양천 지역 학교가 상위에 오른 것이다.
일반계고 중 1위는 휘문고로 수능 응시인원 572명 중 의치한 합격자 비율이 8.9%(51명)였다. 2위는 단대부고, 3위는 중동고로 모두 강남구 학교였다.
상위 10곳 중 7곳은 남고다. 여기에는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대 등록금이 비싸다는 점도 고소득층이 많은 강남구의 의치한 합격자 비율을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연간 의대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718만 원, 사립대 1048만 원으로 인문사회계열의 2배에 가깝다.
지방 일반계고 중에서도 서울 학교들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낸 곳들이 있었다. 대구 경신고는 11%(67명)가 의치한에 합격했고 전국단위 모집을 하는 공주 한일고는 33.8%(53명)가 의치한에 합격했다. 최성용 경신고 교감은 “취업이 어려워진 이후 우수 학생들이 이과에 많이 몰린다. 우수학생 비율이 2 대 8 정도로 이과가 높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