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스타트… 年2000대 판매 목표 무난높은 문턱… BMW- 벤츠와는 큰 격차
《 현대자동차가 자사가 만든 최고급 세단 ‘에쿠스’로 북미 고급차 시장에 출사표를 낸 지 6개월이 지났다. 6개월간 매달 평균 판매량은 227.8대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연간 2000대 판매’ 목표 무난히 달성
북미딜러협회와 현대차 미국법인(HMA)에 따르면 지난달 에쿠스는 221대 팔렸다. 현대차가 에쿠스의 경쟁 차종으로 꼽는 BMW 7 시리즈는 같은 기간 6배 더 많은 1386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4배 더 많은 872대 팔렸다. 렉서스LS는 585대, 아우디 A8은 495대 팔려 에쿠스의 2, 3배로 판매대수 격차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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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첫 출발인데 시작이 좋다고 낙관한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김철묵 연구위원은 “미국 프리미엄 럭셔리 시장에 처음 진입한 에쿠스가 매달 200대 이상 팔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도 올해 1월 판매실적(254대)에 고무돼 그 다음 달 2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형차 공장 기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쿠스는 고가인데도 반응이 좋아 놀라고 있다”며 “당초 2000대 판매 목표치를 최소 1000대 이상 높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에쿠스의 경쟁력을 경쟁 차종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도 1만 달러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꼽는다. 에쿠스는 4.6L V8 타우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이 385마력에 이른다. 이는 배기량이 같은 LS460보다 5마력, 배기량이 1.0L 더 큰 벤츠 S550보다 3마력가량 높은 것이다. 반면 가격은 1만 달러 이상 싸다. 에쿠스는 5만8000∼6만4500달러인데 렉서스LS는 6만7130∼7만4980달러, 아우디 A8은 7만8050∼8만4000달러다.
○ 좀처럼 탄력 받지 못하는 판매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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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럭셔리(중간 고급)’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판매 실적 양상도 에쿠스와 다르다.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의 올해 월평균 판매대수는 1475대로, 지난해 1371대보다 7.6% 늘었다. 올해 5월 판매만 해도 1523대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제네시스의 소비계층은 앵글로색슨계가 70%,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가 10%, 히스패닉계 등 기타가 20%를 차지한다.
에쿠스가 폴크스바겐 ‘페이톤’의 선례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폴크스바겐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페이톤을 미국에 내놓았다가 쓴맛을 봤다. 페이톤은 6만4600∼9만4600달러의 가격으로 출발했는데, 출시 첫해인 2004년 1939대 팔렸지만 이듬해 820대로 뚝 떨어졌다. 2006년 235대 팔리는 데 그치자 폴크스바겐은 결국 페이톤을 철수하고 말았다. 대중차 제조업체라는 이미지와 기존 프리미엄 업체의 견제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현재 실적에 낙관할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수입차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 임원은 “에쿠스의 성공 여부를 따지려면 실제 소비계층이 누구냐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시 초반에는 미국 내 한국인들이나 현대차 관계자들만 사도 2000대는 팔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이어 “현대차가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얻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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