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 사회부 기자
▶본보 15일자 A16면 성폭력 피해…
관할 전남도교육청이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것은 두 달 전인 4월 중순. 당시 함평경찰서는 ‘A 교장이 제자인 여고생 B 양을 관사에서 여덟 차례 성추행한 혐의가 포착돼 수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수사 개시 통보문을 전남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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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중순 가출했던 B 양을 경찰은 4월 12일경 찾아 귀가시켰지만 당일 밤 A 교장에게서 여덟 번째 성추행을 당했다. 성추행을 한 교장과 마주치는 이런 상황을 참기 어려웠는지 B 양은 지난달 초 등교도 하지 않고 또다시 가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단지 ‘B 양의 수업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학을 고지했다. B 양이 전체 수업일수 204일 중 3분의 1을 넘는 70일간 결석했다는 이유였다. B 양 아버지는 어떻게든 퇴학은 면해 보려 지난달 말 자퇴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B 양의 결석과 가출의 원인에 A 교장의 성추행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경찰이 이번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게 된 계기가 가출이 잦았던 B 양을 찾아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A 교장이 하는 짓이 싫어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A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지역 교육계의 한 인사는 “교장으로부터 1년이나 성추행을 당한 여고생이 과연 학교에 갈 마음이 생기겠느냐”며 “기계적으로 결석일수만 따져 퇴학 통고를 한 학교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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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이 이 사실을 안 뒤 적극적으로 B 양을 보호했다면 어땠을까. 이미 벌어진 성추행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B 양이 학교를 포기하고 가출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B 양이 이런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괜히 미안해진다.―함평에서
이형주 사회부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