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3실점 V6…1000탈삼진 -5개4일만에 등판…에이스 자존심 회복“1회부터 전력투구…물러서지 않겠다”
스타플러스 | 한화 류현진
절대 에이스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바로 전 등판에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2이닝(5실점 4자책)만 던지고 마운드를 다른 투수에게 넘기는 수모를 겪었다. 스스로도 “배팅볼 던지다 내려왔다”며 고개를 흔들 정도로 마음을 많이 다쳤다.
하지만 주저앉은 채로 머무르면 에이스가 아니다. “3일만 쉬면 충분하다”고, “하루 빨리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3일 동안 “앞으로는 1회부터 전력투구하겠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 결과는 역시 ‘승리’라는 열매였다.
류현진은 4회까지 안타 하나 내주지 않은 채 KIA 타선을 쥐락펴락했다. 유일한 위기는 6회. 2사 2루에서 나온 최희섭의 땅볼 타구가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선언됐고, 곧바로 나지완에게 바깥쪽 높은 직구(148km)를 던지다 우월 3점 홈런을 맞았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깨지던 순간. 하지만 바로 다음 공격에서 팀이 4-3으로 역전하면서 류현진도 평정심을 되찾았다. 7회는 삼진 2개를 곁들여 가볍게 삼자범퇴. 그리고 류현진은 다음 공격에서 팀이 넉넉한 리드를 잡자 다음 등판을 위해 미련 없이 마운드를 넘겼다.
사실 류현진은 올해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하기도 했던 그가 올해는 13경기 중 절반 가까운 6경기에서 4점 이상의 자책점을 내줬다. 그 사이 방어율은 4점대까지 치솟았고, 위기설과 부상설이 끊이지 않았다. 내색은 안 했어도 누구보다 기운이 빠졌던 건 사실.
하지만 류현진은 대한민국 최고 투수다. 실망을 금세 투지로 바꿨다. 이날 마운드에서 “내가 류현진이다”를 보여주는 회심의 역투를 펼쳤다. 한화 정민철 투수 코치가 “혼신을 다해 먹이를 잡으러 나선 야수 같았다. 그동안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1회부터 이를 악문 게 눈에 보였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대전 |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