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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헌혈의 날… 희귀 혈액형 이웃 살리는 ‘Rh- 봉사회’

입력 | 2011-06-14 03:00:00

“우린 피를 나눌 사이죠”




4월 Rh- 봉사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박혜정 씨(왼쪽)와 박 씨에게 헌혈을 해준 이용 섭 씨가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두 사람은 헌혈 후 처음 만났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울에서 전자제품점을 운영하는 박혜정 씨(45·여)는 4월 1일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쓰러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밝혀진 박 씨의 병명은 대동맥 박리증. 생명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게다가 박 씨의 혈액형은 Rh― B형이었다. 수술을 하려면 10팩(1팩은 400mL)이 넘는 혈액이 필요하지만 병원이 보유한 혈액은 4팩뿐이었다. 병원 측은 박 씨의 딸 이민희 씨(19)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일가친척을 부르라”고까지 말했다.

급박해진 이 씨가 찾은 곳은 ‘Rh― 봉사회’. 이 씨는 봉사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이 씨의 소식을 접한 봉사회 회원 6명이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검사 후 조건이 맞는 5명의 헌혈 덕분에 박 씨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Rh― 봉사회는 희귀 혈액형인 Rh― 혈액을 급하게 구하는 사람에게 혈액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1973년 2월 발족한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현재 회원 1700여 명이 활동 중이며 매년 200∼300여 명의 Rh― 혈액형 환자에게 피를 공급한다.

회원은 모두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 이들은 ‘위급한 일을 당했을 때 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간다.

이용섭 Rh― 봉사회 사무국장(47)은 “저 사람의 몸에 내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다”며 “Rh― 혈액은 가족도 못 주는 것으로 회원들은 모두 피를 나눈 형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Rh― 혈액 수급이 항상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 추정되는 Rh― 혈액형은 전 인구의 0.3% 수준인 10만∼15만 명이지만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응급수혈을 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1750여 명이 전부다. 이들 거의 대부분이 Rh― 봉사회 회원이다. 나머지 Rh― 혈액형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Rh― 백혈병 환자가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사고 후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는 부랴부랴 고객지원(CRM)센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24시간 운영체제가 아닐뿐더러 여전히 대부분의 혈액공급을 Rh― 봉사회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의 Rh― 혈액을 급하게 구했던 이미애 씨(34·여)는 “당시 병원 측에서 ‘현재 혈액이 부족하니 개인적으로도 혈액을 구해보라’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구할 수 없었다”며 “다행히 어머니가 자연적으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언제든 다시 입원할 수도 있어서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개인주의적 세태 때문인지 갈수록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도 단체 참여와 봉사활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희귀 혈액형 보유자들이 봉사활동에 더 많이 나서 숭고한 목숨을 많이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h― 혈액이 필요할 때는 Rh― 봉사회 홈페이지(www.rh.or.kr)나 적십자 CRM센터(1600-3705)를 찾으면 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Rh― 혈액형 ::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1940년 붉은털원숭이의 혈액과 응집반응 여부를 통해 구분한 혈액형의 한 종류. Rh―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Rh응집원을 갖고 있지 않은 적혈구를 갖고 있는 혈액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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