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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美-中, 누가 옛소련을 닮아갈까

입력 | 2011-06-14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비경쟁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군비경쟁을 하면) 중국은 소련처럼 미국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미있게도 며칠 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집행이사는 한 기고문에서 “미국은 군비경쟁에서 중국에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스텔스전투기 ‘젠(殲)20’, 항공모함 공격용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21’, 항공모함 건조 등을 계속 공개해 미국의 국방비를 증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비경쟁을 통해 소련을 무너뜨렸던 방식을 중국이 현재 미국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에 소련을 배우지 말라고 한다. 글로서먼 집행이사는 미국에 소련을 배우지 말자고 한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더 ‘소련화’할 가능성이 있을까?

소련은 반면교사의 대상이다. 최고 전성기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7%에 이르렀고 미국과 서방세계를 대적할 실력을 지닌 유일한 나라였다. 현재는 기억 속에만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소련의 해체는 군사력만 추구하고 국민생활 향상과 민주화를 외면한다면 제아무리 강한 대국도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중국 지도자와 지식인에게도 1991년 소련의 해체는 ‘거울’이었다. 국가의 기형적 발전을 피하는 것, 군사력만 믿고 약한 나라를 괴롭히지 않는 것은 이들이 소련에서 찾은 교훈이다. 또 1991년 이후 20년 동안 중국이 경제와 사회에서 고속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소련의 전철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말처럼 중국 지도자들을 각성시킨 표현은 없다.

대만과의 통일, 영토 주권 수호, 미국과의 경쟁 등이 중국인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 만일 중국 지도자들이 이성을 잃고 군사력과 전략적 경쟁을 통해서만이 체면을 유지하고 대만과의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소련화’할 가능성은 머지않다. 하지만 중국이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다.

먼저 중국은 전략적 접근이 소련과 완전히 다르다. 소련은 팽창전략을 끊임없이 펼쳤다. 반면 중국은 명나라 이후 동아시아 대륙 국가로 만족해 왔다. 대외 팽창을 영예로 여기지 않았다. 또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세계화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국가다.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져야 자원과 에너지, 시장을 얻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적극 편입하는 게 중국의 국가이익을 만족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가장 비용이 적은 길이다. 세 번째는 중국 관료사회와 달리 사회는 활력으로 충만하다는 점이다. 사회의식과 관념은 다원화돼 있다. 소련처럼 공격적인 국가주의로 민족을 세뇌하는 방법은 중국에서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중국 지도자가 설령 그런 정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은 합법성이 없어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종종 민족주의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크게 잘못됐다. 비록 공산당이 일당 지배로 정치적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한 번도 중국인 대부분의 지지를 잃은 적이 없다. 중국인들은 더 많은 개혁을 원하지만 새로운 정치적 혁명을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이츠 장관의 말은 중국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진정한 강국이 되려면 어느 부분이 강해져야 하는가? 중국이 앞으로의 발전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화두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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