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쿨라텔로’ vs 고소한 ‘하몬…’
알 카발리노비앙코의 쿨라텔로(위)와 스페인 하몬 이베리코, 김보연 씨 제공
이들 나라에선 정육점보다 햄 가게가 훨씬 눈에 많이 띈다. 돼지 뒷다리 햄이 각선미를 뽐내며 매달려 있고 묵직한 햄 덩어리가 분홍빛을 뿜어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고급 햄은 대부분 열을 가하지 않은 생햄으로 날고기를 소금에 절여 1∼2년씩 숙성해 만든다.
이탈리아의 명품 햄으로는 지벨로 지방의 ‘쿨라텔로’를 들 수 있다. 돼지 정강이 살을 소금에 절인 후 돼지 오줌보에 넣어 1년 이상 지하실에서 숙성시키는 햄. 맛의 비결은 독특한 숙성 환경에 있다. 이곳을 흐르는 포 강에서 여름에는 습하고 푹푹 찌는 더운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축축한 안개와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이 바람이 쿨라텔로만의 코를 톡 쏘는 풍미를 만들어낸다. 햄은 공기만 달라져도 맛이 변한다고 해 영국의 찰스 왕세자도 이 시골까지 찾아와 쿨라텔로 생산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 카발리노 비앙코’에 들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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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 하나에 뭔 이리 법석이냐 하겠지만 햄도 햄 나름이다. 쿨라텔로와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kg당 120유로, 우리 돈으로 18만 원이 넘으니
1등급 한우보다도 비싸다. 돼지 오줌보로 숙성한 고기가 한우보다도 비싸다니, 돼지의 신분 상승이 따로 없다.
김보연 푸드칼럼니스트 ‘유럽맛보기’ 저자 pvir21@gmail.com